러시아 간첩 혐의로 붙잡힌 백 씨는 선교사? 여행사 이사?

구체적 신원 및 혐의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정부 "필요한 영사조력 제공"

러시아 당국에 간첩혐의로 구금된 한국인 백 모 씨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행사를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정부는 백 씨의 신원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은 "백 씨에 대한 형사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화 상대와 접촉해 작가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메신저로 정보를 받았다"며 "그는 이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전달했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백 씨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행사인 '벨르이 카멘'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가 어떤 정보를 넘겼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백 씨가 체포되기 전까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한 호텔에서 머물렀다고 밝혔다.

반면 <연합뉴스>는 그가 해당 여행사의 이사직을 맡고 있으나, 실제 선교사로 탈북민 및 북한 노동자 관련한 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정식으로 종교 비자를 받아 활동하는 연해주 선교사협의회원들과 달리 백 씨는 여기에 가입하지 않았고, 이에 러시아에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기 위해 사업체를 운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연해주 선교사협의회 소속 관계자를 인용, 연해주에서 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은 채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여럿 있다면서 "러시아에서는 북한 노동자나 탈북자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한다. 백씨가 이런 활동을 하며 미국단체 지원까지 받았다면 러시아 당국이 이를 심각한 문제로 간주했을 수도 있다"는 진술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백 씨의 신원 및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피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백 씨 혐의에 대해 "우리 공관에서는 해당 국민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 측과 소통하고 있냐는 질문에 "한러 양국 간 외교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가 악화되는 한러 관계 속에 백 씨를 구금한 것이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이른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안드레이 루텐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지난 2월 2일 방한했을 때 한러 간 다양한 의제에 대해 논의한 만큼, 양국 관계는 이 사안과 무관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백 씨가 지난 1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체포되고 이어 2월 말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로 옮겨졌는데, 루덴코 차관 방한 당시 이 문제를 제기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지난 2월 14일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가 루덴코 차관과 면담했을 때는 해당 사안이 논의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외교 채널 통해 어떻게 협의가 됐는지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운 점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언제 백 씨의 체포 시점을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간첩 혐의를 적용한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분의 활동과 신분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어" 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백 씨의 가족들이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과 접촉은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사건 발생 이후부터 가족들과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러시아 측이 외국인들에 대해 간첩 혐의를 적용해 구금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 우크라이나와 전쟁 상황에서 다수의 외국인들이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크렘린 궁과 성 바실리 대성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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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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