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친윤의 진격, 국민의힘 조용한 공천 퇴행

[최창렬 칼럼] 반성·쇄신·감동 없는 국민의힘 공천

공천, 즉 후보자 추천은 정당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공천은 선거 출마자를 확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혁신공천에 실패하는 정당이 패하곤 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진박 공천'과 '옥새 파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청와대가 개입하면서 공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은 122석 확보에 그쳐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등을 얻은 야당에 참패했다. 이밖에 2015년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와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등도 새누리당 패인의 하나다. 이러한 요인들은 박근혜 정부가 '권위주의적' 경향성을 드러내 것으로서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략이 주효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비대위의 위원으로 활약했고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적 의제를 선점함으로써 총선·대선에서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문재인 대표는 김 위원장을 과감하게 비대위원장으로 기용했다.

이 전략은 결국 민주당의 중도 외연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해찬 정청래 강기정 전병헌 의원 등을 '컷오프(공천 탈락)' 했다. 공천 혁신의 상징적 조치였다. 그리고 삼정전자 출신의 양향자와 박근혜 정부 비서관 출신인 조응천을 공천함으로써 파격성도 보였다. 19대 총선 때 민주당은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23석으로 원내 제1당이 됐다. 모든 선거가 같은 경로의존성을 보이진 않더라도 분명한 경향성을 보인다. 즉 공천에서 경로가 시작된다.

여야가 공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결정적 잡음은 찾기 어렵다고 하지만 서울 강남3구와 대구·경북의 공천 뚜껑을 열어봐야 공천에 대한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공천 갈등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국민의힘 공천에서 친윤에 대한 국정책임을 묻는 정치적 의미가 담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요한 국민의힘 전 혁신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는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인 전 위원장은 국성의 실패에 대한 친윤과 중진들의 동반책임을 요구한 것이다.

'윤핵관' 핵심이었던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주류 하태경 의원이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를 포기하고 험지 출마 의향을 비쳤다. 초반에 책임정치가 공천을 통해 이루어지는듯 했으나 이후 이러한 동반책임은 찾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은 공천 신청자가 있는 242개 지역구의 3분의 2 이상에 대한 공천을 확정했다.(단수추천, 우선공천, 경선 지역구 등) 그러나 여당 핵심 인사의 불출마 선언이나 현역의원 컷오프는 없었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과 윤핵관, 친윤 의원 다수는 단수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보장받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부진에 대한 집권당 차원의 반성과 문책성 공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 이승환 전 행정관은 단수공천을 받았고, 김은혜 전 홍보수석과 전지현 전 행정관은 경선을 보장받았다. 대통령 지지율의 정체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의원인 정진석, 윤한홍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도 경선 대상에 포함됐다.

이준석 전 대표 축출,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 김기현 전 대표 사퇴 논란 등 주요 이슈 때마다 대통령실과 정치적 궤를 같이 했던 배현진, 박수영, 유상범, 강민국, 정동만 의원 등 친윤 초선 그룹들도 다수가 단수공천을 받았다. '초선 실세'로 꼽히는 박성민 의원도 경선을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이만희, 정점식, 송석준 등 재선·3선 의원들도 단수추천을 받았다.

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지면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지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권 주류에 대한 '물갈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은 물론 개혁적 성향 인물들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권력에 대한 줄서기 문화를 강화시키게 될 개연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국민의힘 공천에서는 반성도 쇄신도 감동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5일차 면접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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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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