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접촉 가능성에 미국 "북한에 대한 외교 접근 지지"

"지역 안정 보길 원해" 한반도 관리 의지 표명…"너무 가정적" 회의적인 시각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이 일본과 접촉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과 외교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간접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에서는 상황 관리를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20일(이하 현지시각)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려는 외교적 접근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 활동을 지지한다"며 "그들이 원한다면 외교적 접근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싱 부대변인은 "우리는 지역의 안정을 보길 원한다"며 "그것(외교적 접근)이 대화로 이어진다면 확실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해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앞서 지난 1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노토 반도 지진에 대한 위문 전문을 발송한 이후 양국은 접촉과 관련한 신호를 교환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중의원 예산의원회에 출석해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협상을 진행한다는 관점에서 김정은의 의도를 신중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실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15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기시다 수상의 발언과 관련하여 일본 언론들이 조일(북일)관계 문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립장(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된다고 평가한데 대해서도 류의(유의)한다"며 또 다시 긍정적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인 16일 일본 <지지통신>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북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접촉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북일 간 접촉 분위기가 조성되고 미국도 이를 마다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양측의 유의미한 접촉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미국과 납치자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 북일 간 접촉이 유용한 외교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시다 총리 내각이 10%대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어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김여정 부부장도 당시 본인의 담화에서 언급했듯 북한은 납치자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핵과 미사일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어, 양측의 접촉이 쉽지 않으며 설사 접촉을 하더라도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일 간 접촉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매우 큰 가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일본 정부 반응을 보지는 못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북일 접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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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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