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공격, 히틀러가 유대인 죽일 때와 같아"

룰라 브라질 대통령, 이스라엘 "대량학살" 비판…국제앰네스티도 "이스라엘 국제법 위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라파 지역을 공격하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나치 시대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각) <허핑턴포스트>는 이날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를 두고 "전쟁이 아닌 대량학살"이라고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군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고도로 준비된 군대가 여성 및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룰라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역사상 그 어느 때도 일어난 적이 없다"며 "사실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죽이기로 결정했을 때 그랬다"며 현재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히틀러가 유대인을 말살하려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 18일(현지시각)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룰라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룰라 대통령의 발언이 "반유대주의적이며 홀로코스트를 사소한 일로 만드는 것이고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공격하려는 시도"라며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날 각료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조치를 거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가자지구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27명이 숨지고 205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날까지 사망자 2만 8985명, 부상자 6만 8883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구의 약 1.4%가 사망하는 등 팔레스타인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19일부터 26일까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장기 군사점령이 가져온 법적 결과를 조사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공청회가 열린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로 유지해온 가자 및 서안 지구, 동예루살렘에 대한 잔인한 점령을 종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번 공청회는 지난 2022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 부과하는 정책과 관행의 적법성, 그리고 이스라엘의 점령이 다른 국가들과 유엔에 미치는 결과에 관해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 의견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결의안 채택 이후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여기에는 세계 50여 개 국가 및 아프리카 연합, 아랍 연맹, 이슬람 협력 기구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치명적인 군사 점령 중 하나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점령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구조적인 인권 침해를 자행해 왔다. 이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에게 부과되는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주의) 정책을 가능케하고 나아가 심화시켰다"며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점령된 가자지구 상황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집단학살의 위험이 실재하며 임박해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아무런 처벌 없이 국제 범죄를 지속하도록 용인한 것에 대한 재앙적 결과"라며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을 종식하는 것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되풀이되는 인권 침해를 멈추는 전제 조건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재검토해 자국이 이스라엘의 점령 혹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유지에 일조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점령 종식을 한목소리로 분명하게 촉구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월 26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중단을 명령해달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요청에 대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대량 학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즉각 휴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판결은 구속력은 없어 이스라엘의 행동을 당장 제어하지는 못한다. 또 이스라엘이 집단살해(genocide, 제노사이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남아공의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판단이 수 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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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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