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사 정원 2000명 확대? 정치쇼 하려는 거 아닌가"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겠다는 건지…단순히 산수 문제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의사단체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 대해 "정치쇼를 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취지인데, 그간 민주당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온 것과는 다소 방향이 다른 지적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들 걱정이 많다"며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겠다는 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높아지는 의료수요에 비춰볼 때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의 의대 정원으로는 부족분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정부는 당장 2025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이에 반발하며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 등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빅5 병원의 전공의 수는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21%에 해당한다. 사직서 제출과 근무 중단이 실행될 경우, 당장 다음주부터 대규모 의료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도 돌아다닌다. 정부가 도저히 실현이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 다음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누군가 등장해 규모를 줄이자고 이야기하는 그런 정치쇼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라며 "저도 똑같이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의대정원을 연간 400명씩 증원하자고 제안했을 때 여당 반응이 어땠나 생각한다"며 "(민주당 요구분인) 400명의 5배 되는 2000명을 당장 증원하면 지금 의대들이 할 수 있겠나. 과연 정책 당국이 몰랐을까. 예측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생 국정 문제를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권력 사유화 아닌가"라며 "의사를 늘리는 문제는 단순히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 과제이고 고차방정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겠다"며 "정부 여당의 협조를 끌어내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겠다. 가능한 안을 저희가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졸업식에서 대통령실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 퇴장당한 일을 두고 "사과탄(최루탄의 일종)과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대학에 다닐 때 들었던 생각 중에 공포스러운 장면이 하나 있는데 소위 사과탄 가방을 멘 백골단,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며 "이번 선거에서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입법권까지 그들의 손에 넘겨주게 되면 정의와 상식이 다 무너진, 그야말로 절대왕정으로 복귀하지 않을까 심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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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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