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경북경찰, 피의자 극단선택 ‘강압수사' 판도라 상자 파문

관련 녹취록만 수십 개... 취재 언론사 회유·협박 사실로

해당 수사팀 피의자 사망사고 덮기 위한 언론 회유·협박 사실로

지역 언론계 "회유·협박 사실이면 즉각 ‘직무배제' 시키고 사태 파악나서야"

풍문으로 돌던 조직 내 카르텔 실제 존재 정황도 드러나

경북경찰의 강압수사로 말미암은 피의자들의 극단선택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정황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당시 의혹을 취재 중이던 언론을 상대로한 총괄 수사관의 회유·협박 육성 파일이 공개돼,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강압수사 의혹 연이은 피의자 극단선택

지난 2021년 12월 경찰의 피의자 조사를 받은 30대 A씨가 조사 이후 경쟁사인 B업체 인근 차량에서 극단선택을 했다.

당시 B업체는 A씨가 임원으로 있는 업체의 경쟁사로 '청부수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유가족은 "B업체 대표는 경찰 관련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평소 경찰과 친분이 있었다"며 "A는 조사과정에서 결백을 주장했으나 수사기관은 오직 상대측 제보자의 진술만으로 수차례 영장을 청구하고 구속하려 했다"고 토로했다.

경북경찰의 수사과정 중 극단선택 피의자는 A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4월 포스코 직원 C씨도 공급사로부터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수개월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포스코 본사 사무실에서 유서를 남기고 극단선택을 했다.

문제는 이들의 수사 중심에 경북경찰청 동일팀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강압수사'에 대한 의혹이 짙어졌다.

이들은 조직 내 카르텔을 만들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를 보여, '수사권 대물림'이라는 추가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들을 배경으로 한 언론사 상대 보복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들의 무리한 수사방식과 카르텔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다는 전언이다.

수사대장 D씨, 의혹 보도한 언론 회유·협박 실제 육성 담긴 녹취록 공개돼

강압수사 의혹에 중심에 서 있는 수사대장 D씨가 2022년 2월경 이 의혹을 보도한 기자에게 수차례 전화해, 회유와 협박한 것이 드러났다.

해당 기자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처음엔 계속 회유를 시도하다 추가 취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언론사 이름과 대표 이름을 반복적으로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재와 하등의 연관이 없는 특정 축제, 대표의 별개 사업체에 대한 민감한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며, "순간 (협박인가 하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개월이 흐른 뒤 D씨가 콕 집어서 말한 건으로 실제 언론사 상대로 수사가 시작됐고, 강압수사 의혹의 해당 수사팀을 중심으로 사건을 맡았다"라며 "최근에 이런 사실을 알고 '보복수사'가 떠올랐다"고 부연했다.

실제 녹취파일 속 D씨는 기자가 계속 추가 취재를 하겠다고 하자 "00언론사 00축제 있잖아요...00축제...00축제 그것도 어떻게 어떻게 하면서 씹는 사람이 있고, 00대표도 00이든 000이든 팔아먹고 하면은 그것도 욕하는 사람도 있고 다 상대성 있기 마련 아니냐"라고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수개월 뒤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별건에 별건을 이어가며, 먼지털이식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로 행복했던 한 가족 '풍비박산'

경북경찰청 피의자 강압수사 극단선택 의혹과 관련한 한 사건이 최근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무죄확정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의 제보 내용처럼 청탁·표적·강압·먼지털이식 수사 의혹이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행복했던 한 가정을 파괴했다는 피할 수 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사건으로 가족 간 불화가 일어났고, 조사 중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A씨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극단선택을 했다.

유가족은 "회사는 한순간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대표였던 아버지는 죄도 없이 구속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지금까지도 경북경찰이나 해당 수사팀은 자신들의 죄를 덮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 상고기각 무죄확정에 대해 당시 경북경찰과 검찰은 수사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입장을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북경찰은 사과 대신 사실관계를 취재하고 보도하려 했던 언론을 향해 표적수사와 먼지털이식 수사를 1년 넘게 진행하고 있어, 잘못된 수사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경북경찰청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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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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