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현 추도비 철거에 일본 중의원 "조선인 노동자 기리는 다른 비석도 철거하자"

교도통신 "역사 수정주의, 인종주의 부추기는 것" 비판…한국 정부는 "한일 우호 관계" 강조만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高崎)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위치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철거된 가운데, 여당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소속 의원이 일본 내 조선인 노동자 및 '위안부'를 기리는 다른 기념물도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3일 일본 <교도통신>은 스기타 미오 자민당 중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예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추도비 철거 결정을 환영하며 "거짓 기념물은 일본에 필요하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스기타 의원은 추도비 철거가 끝났다는 일본 기사를 인용하며 "정말 잘됐다"라며 "일본 내에 있는 위안부나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관한 기념비나 동상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토에 '징용공' 동상이 있다면서 "사유지라고 해서 철거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쪽도 빨리 철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신은 "(비석이나 동상) 소재지의 지자체나 주민은 군마현을 본받아, 철거에 움직여야 한다고 하는 취지"라면서 "역사 수정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것으로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29일 철거된 이 추도비는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동원 및 노역의 역사를 반성하고 기억한다는 의미로 지난 2004년 시민단체 주관으로 군마현 의회의 동의를 얻어 해당 장소에 건립됐다.

추도비는 10년 기한으로 지어졌는데 2014년 6월 철거를 주장해던 일본 우익단체인 '소요카제'(산들바람)가 추도비 철거 청원을 냈고 이를 현 의회가 채택했다. 이후 현 당국은 7월 기간 연장 불허를 결정했고 시민단체가 이에 반발하면서 법원에서의 다툼이 시작됐다.

일본의 우익 단체는 추도비 앞에서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설립 조건이었는데 이를 어겼다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익 단체가 문제 삼은 정치적 행사의 발언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의해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와 현 당국 간 법정 다툼은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의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최고재판소는 현 당국의 손을 들어줬던 2021년 도쿄 고등재판소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군마현은 지난해 4월 철거명령을 내렸고 이날 실제 철거에 돌입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1월 30일 일본 일간지 <아사히 신문>은 "전쟁 전 일본을 미화하는 풍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현이 일부 세력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무사안일에 빠져 있다면 이는 역사 조작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매우 위험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철거 조치에 대해 비판의 입장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최고재판소 결정에 따라 적절한 부지로 이전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일본 시민단체 그리고 또한 일본 최고 재판소의 판결 등으로 일본 내에서도 필요한 절차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일 양국 간 필요한 소통을 통해 이 사안이 우호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1월 29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의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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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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