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총사령관, 젤렌스키 겨냥? "병력 동원 어려워, 기술 재무장해야"

미 언론인 "잘루즈니, 젤렌스키 몰래 서방과 휴전 협상해 해임 거론된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의견 차이를 보여 해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발레리 잘루즈니 군 총사령관이 구시대적인 방식을 버리고 기술 재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한 셈인데, 갈등을 보이고 있는 상대인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1일 (이하 현지시각)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미국 방송 CNN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미국 (양 정당)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 패키지에 합의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이후 중동 정세로 인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서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크라이나 스스로 현 상황을 돌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적(러시아)은 인력 동원에 이점이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유인책 없이 군 인력 수준을 높일 능력이 없다. 우리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무인기를 활용하는 등 기술적 측면의 개발을 통해 러시아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드론을 비롯해 하이테크 전력을 활용하는 것이 "전투 행동뿐만 아니라 전략에 대한 사고방식 전반에도 혁명을 가져왔다"면서 "'구식 사고'에 종지부를 찍는 것만이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잘루즈니의 이같은 발언은 병력 동원이 어려운 우크라이나의 현실 및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패 문제로 인해 전국의 병무청장들을 모두 해임했는데,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없어졌다"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기고문에서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2일 미국의 언론인인 시모어 허시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허시에 따르면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지난해 가을부터 젤렌스키 대통령 모르게 서방 당국자들과 휴전에 대한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해임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허시는 지난해 11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전투가 교착상태에 들어갔으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는데, 이 역시 서방 측과 비밀 협상 끝에 나오게 된 메시지였다고 분석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NBC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와 전투가 "교착상태에 있지 않다"고 말하며 이를 전면 부인했는데, 양측의 갈등은 이 때부터 지속된 것으로 관측된다.

1월 3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군사적 진전과 관련한 대통령과 사령관 사이의 긴장감은 1년 넘게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었고, 때때로 공개적으로 분출되기도 했다"며 양측의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됐던 일이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CNN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일 내로 잘루즈니 사령관의 해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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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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