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내부분열까지? 젤렌스키, 총사령관 해임 가능성

NYT "양측 간 해묵은 갈등 폭발"…CNN "수일 내 잘루즈니 사령관 해임 발표할 것"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갈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잘루즈니 사령관이 자리를 옮기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등 구체적 정황도 나타나고 있어 실제 해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월 31일(이하 현지시각)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사령관이 지난 1월 29일 나눴던 대화에 정통한 고위 관리들을 인용, 당시 만남에서 대통령이 사령관을 해임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잘루즈니 사령관에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전쟁에 지쳤"고 "국제사회의 지원 또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령관은 "상황을 다시 살려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매체는 양측이 우크라이나가 올해 얼마나 더 많은 군인을 동원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50만 명의 병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복과 총기, 훈련 시설의 부족과 신병 모집과 관련된 잠재적인 어려움, 자금 부족 등을 고려"해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잘루즈니 사령관의 해임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인 세르게이 니키포로프는 지난 1월 29일 대통령과 사령관 대화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으며 "대통령은 총사령관을 해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잘루즈니 사령관이 이날 대화에서 다른 자리로 옮기라는 제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실제 해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는 1월 30일 보리슬라프 베레자 전 의원이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의 본인 계정에 잘루즈니 사령관 해임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는데, 베레자 전 의원은 잘루즈니 사령관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NSDC) 국장 또는 외국 대사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 역시 잘루즈니가 다른 직책을 제안받았으나 "군에서 은퇴할 것"이라며 어떠한 제안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에 대한 입장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문의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방송 CNN은 이날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일 내로 잘루즈니 사령관의 해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대반격'이 실패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러시아와 전투가 현재 교착상태에 들어갔으며 돌파구가 마련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NBC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와 전투가 "교착상태에 있지 않다"고 말해 양측이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1월 3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군사적 진전과 관련한 대통령과 사령관 사이의 긴장감은 1년 넘게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었고, 때때로 공개적으로 분출되기도 했다"며 양측의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됐던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사령관을 해임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잘루즈니 사령관이 "우크라이나에서 영웅으로 널리 환영받고 있다"며 "지난해 가을 여론조사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더 높은 선호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군사 작전 측면에서도 잘루즈니 사령관의 해임이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군 분석가들은 잘루즈니를 신뢰하고 있다. 젤렌스키 정부가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을 때 침공 몇 주 전부터 군대를 준비시켰다"며 "잘루즈니는 수도 키이우를 방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초기 침공을 저지하고 영토 탈환 작전을 지휘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젤렌스키가 잘루즈니를 해임한다면 경험 많은 지휘관의 군사적 조언을 잃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은 새로운 군사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적응해야 할 것이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시 지도부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개편 이후 새로운 최고 사령관이 잘루즈니가 많은 장교들과 병사들로부터 받았던 존경을 금방 얻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라며 "하급 장교들 또한 일시적일지라도, 군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있으며, 동남부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이 군사 및 재정적 지원을 더 제공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내부적인 갈등이 우크라이나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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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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