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신경전 벌이는 김정은, 일본에는 '기시다 각하' 존칭쓰며 위로 전문 보내

교도통신 "위로 전문, 이란에 보낸 전문과 같은 면에 배치"…북일 접촉 가능성에는 신중

새해 초부터 해안포 훈련을 하며 남한과 대립 각을 세운 북한이 일본에는 지진 발생에 대한 위로 전문을 보냈다. 남한을 배제하고 국제사회와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위문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문에서 '기시다 후미오 각하'라는 표현을 쓰며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일본에서 불행하게도 새해 정초부터 지진으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와 물질적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에 접하고 당신과 당신을 통하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며 "피해지역 인민들이 하루빨리 지진피해의 후과를 가시고 안정된 생활을 회복하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6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위문 전문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일본 총리 앞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사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포함해 최근에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2011년 지진 당시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명의이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위로 전문을 발송했다. 또 1955년 고베 대지진 때는 강성산 당시 총리가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에게 위로전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의 위문 전문에 답장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하야시 장관은 "이재민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각국 정상들의 메시지에 대한 회신은 현 시점에서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통신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국교를 맺지 않은 일본 총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또 북한의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 이 전문을 2면에 게재한 것을 주목했는데,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추모식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이란에 보낸 위로 전문과 나란히 게재됐기 때문이다.

통신은 이어 "신문은 4일과 5일에도 노토반도 지진 발생과 피해 상황을 보도한 바 있다"며 북한이 일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실제 지난해 5월 27일 기시다 총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틀 후인 29일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응하기도 해 양측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통신은 "기시다 수상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해,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만 전보는 의례적 색채가 강한 형식이어서 북-일 대화 재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동신문=뉴스1(왼쪽), AP=연합뉴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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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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