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합의 팽개친 후 남북 충돌 위험 증폭…南 해상 사격에 北 해안포로 응수

윤석열·김정은의 치킨게임, 한반도 안보 위기 증폭 우려

남북이 새해부터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행동이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 서해상 포병 사격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군은 오늘 (오전) 9시경부터 11시경까지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 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며 "이로 인한 우리 국민과 군의 피해는 없으며 탄착 지점은 (서해) NLL(북방한계선) 북방 일대"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는 지난 2023년 11월 23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9.19 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한 이후 서해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을 재개한 것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서해 완충구역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양측은 해상에서의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해 서해 및 동해 NLL 일대에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북한군이 완충구역에서 사격 훈련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22년 12월 6일 강원도 고성 및 금강 일대에서 훈련을 진행한 이후 약 1년 1개월 만이다.

북한의 사격과 관련 연평도와 백령도에서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연평면사무소는 이날 오후 12시 2분, 12시 30분 군부대 요청에 따라 두 차례 대피령을 내렸고 백령면사무소 역시 유사한 시각 대피 방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번 해안포 사격은 남한 해군의 해상 사격훈련 및 남북 접경지역인 포천 인근에서 실시되어 이날 마무리되는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3일 해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새해 첫 함포 사격훈련과 해상기동훈련을 일제히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훈련에 지난해 12월 23일 2함대에 배치된 천안함(FFG-Ⅱ, 2,800톤급)도 참가했다고 전했다.

▲ 3일 천안함(맨 앞)이 서해에서 해상 사격 및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

해군은 "1·2·3함대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번 해상 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에는 구축함, 호위함, 유도탄고속함 등 함정 13척과 항공기 3대가 참가했다"며 "각 함대는 대함 실사격훈련, 전술기동 등 해역별 작전환경과 주요 임무에 부합하는 고강도 실전 훈련을 통해 전투준비태세를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 역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5일까지 접경지역에서 실탄 사격을 중심으로 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양국군은 육군의 K1A2 전차, 미국의 A-10 공격기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총 110여 대의 장비를 투입했다.

남북이 새해부터 상대를 위협하는 군사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양측 정치 지도자들이 상대방에 대한 강경한 발언 및 군사적 대응을 강조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마지막 날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남북관계를 규정했다.

그는 전원회의 이틀째인 27일에는 "인민군대와 군수공업 부문, 핵무기 부문, 민방위 부문이 전쟁준비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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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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