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나…정부, 개성 지원재단 해산 착수

재단 법률 및 정관에 해산사유는 명확히 없어…정부 "개성공단 운영 지원 업무 수행 어려워져"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가동 중단이 8년 가까이 돼 오면서 사실상 공단 폐쇄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4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실질적으로 재단이 하고 있는 개성공단의 개발과 운영을 위한 지원의 업무들이 수행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며 해산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한 광명성 4호 위성 궤도 안착과 관련, 이에 대응하는 조치로 가동 중단을 실시한 뒤 현재까지 중단이 이어져오고 있다.

이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공단 내 우리 재산권에 대한 침해 행위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당초에 재단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재단 운영 경비 문제도 언급됐다. 그는 "재단 운영이 매년 한 70억 정도가 들어가고 올해도 69억 정도가 반영 돼있다"며 "재단의 정부 재정 투입에 대한 비효율성 등이 국회 등 여러 통로를 통해서 지적이 돼왔다. 2016년에 중단 이후 현재까지 한 600억 가까이가 재단의 운영 경비로 충당이 됐고 거기서 80% 가까이가 경직성 경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단 설립의 근거법인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에 해산에 대한 명시적인 조건이 없다는 점을 고려, 민법 제77조 1항을 준용해 해산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민법에는 △법인의 목적 달성 △목적 달성 불능 △기타 정관에 정한 해산사유 발생 △파산 △설립허가 등을 해산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통일부는 법률 제19조에 "해산한 때에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에 귀속한다"는 부분과 재단 정관 제29조에 해산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통일부 장관이 승인한다고 명시된 점을 근거로 해산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여러 가지 사유들로 인해 (재단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면서 "정관도 변경해서 해산 사유를 명확화하는 작업들은 병행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가 재단의 해산 사유가 명시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법률 변경 없이 법률 및 정관의 일부 조항을 가져와 해산을 추진하려는 것이 다소 무리한 법적 해석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법률 제19조에 따르면 정부는 "개성공업지구의 개발 및 운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설립한다"고 명시돼 있어, 설립의 근거는 있지만 해산의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재단을) 설치한다고 돼있는 부분이 재량행위인지 귀속행위인지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이에 대한 법적 검토를 받았다"며 "그 법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모든 법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 재단 해산과 공단 폐쇄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이는 공단 폐쇄를 위한 과정을 밟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단 설립의 근거 법률에 정원을 몇 명 이상으로 둔다는 근거 조항이 없어 상징적으로 재단을 존속시키는 것도 가능한데, 이 방법이 아닌 해산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청산은 기본적으로 다 정리한다는 개념이고 구조조정은 조직을 운영한다는 개념"이라며 "단순한 구조조정은 비효율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남북관계는 변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관리할 필요 있다고 본다. 지금은 상황은 그것(재단 존속)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재단의 지원 업무를 정부로 귀속시키고 이후 이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음주말이나 16일 시행령 변경을 위한 입법 예고를 할 예정이다.

해산 절차로 기본 업무에 대한 청산 및 채권‧채무와 관련돼 있는 재산관계를 청산하는 작업 등 두 가지를 병행하게 된다. 현재 재단에 남아있는 직원 41명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며 청산법인 5명 내외, 업무 이관 수행 인원 5명 내외로 업무를 이어가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지난 2000년 현대아산과 북한 간 실무협의로 시작된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착공에 들어가 2005년 업체들 입주가 시작되면서 문을 열었다. 이후 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으나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인해 중단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해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및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북한에 대한 단호한 태도 등이 맞물리면서 4월 북한이 공단 입경을 막았고 이에 약 넉 달 간 가동이 중단됐다가 남북 간 실무협의에 따라 재가동이 이뤄진 바 있다.

▲ 2013년 넉 달 간의 가동 중단 끝에 재가동된 개성공단의 모습.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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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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