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동훈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장벽

[최창렬 칼럼] 한동훈에게 '견리사의' 정치철학이 있는가?

한국의 정당체제는 양대 거대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적대적 정치가 결정적인 흠결로 지적되어 왔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해방 후 좌우익의 대립, 현대사의 굴절된 역사적 경험 등이 축적되어 지금의 왜곡된 정당구도가 형성되어 왔다.

민주화 이전과 이후의 전혀 다른 정치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도는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고 특히 21대 국회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대 거대정당의 증오와 적대의 정치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22대 총선이 3달여 남은 상황에서 여야 거대 정당들이 지지율 30%대의 정체의 늪에서 헤매는 것은 적대적으로 공생을 이어가는 여야 정당에 대한 국민 일반의 불신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총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여권은 한 위원장에게 역대급 기대를 걸고 있으나 향후 성공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를 평가하기 위한 몇 가지 지점이 있다.

첫째, 한 위원장이 기존의 강경 보수의 문법과 국민의힘·대통령실 등 기존 여권의 언어와 문법에서 탈피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우선 '김건희 특검법'에 대응하는 수위의 문제다. 한 위원장은 이미 이 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시기와 특검의 추천 주체, 언론 브리핑 등의 요소를 이른바 '독소조항'으로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법은 총선에 활용하기 위한 '선전 선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부인인 점을 부각시키며 최대한 국민의힘에 타격을 안기고자 할 것이다. 사실 김건희 관련 뉴스가 매일 언론에 보도된다면 중도층의 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높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 법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더 많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거부권 행사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여러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주장한다면 기존의 여권의 문법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둘째, 당내 비주류 인사에 대한 대응의 수위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이른바 '천하용인' 등의 인사를 포용과 통합의 차원에서 대할지의 문제와 친윤 실세 그룹과의 관계 설정도 한 위원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결국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이후 공천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과 검사 출신들의 공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의 차원과 피상적이 아닌 실질적 차원에서 세대교체라는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기존 여당 지도부와 같이 야당의 이재명 대표에 대해 '피의자'라는 인식으로 공세에 치중하거나 '피의자 대 검사' 구도로 설정한다면 이는 윤 대통령에게서 보아 온 낯익은 프레임이므로 참신성과 파격성이 빛을 바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대통령과의 관계다. 통상 위기에 처한 여당이 위기를 넘기기 위한 전략 중 하나가 대통령이 행한 기존의 정치적 사건과 쟁점들에 대해 비판과 반성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견인하는 방법이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회창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이 이런 경우다. 이는 대통령이 어느 정도 이를 용인하고 받아들일 때 가능한 것이 대통령제의 권력구조의 현실이다. 당시 불리한 상황을 딛고 여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한 위원장의 기존 행태나 발언, 야당과의 논쟁을 볼 때 분명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논리와 분명한 소신, 당당해 보이는 언행 등은 그가 가진 장점이다. 그러나 앞서 나열한 몇 가지 문제에서 기존의 여권과 보수의 언설과 수사(修辭)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의 인기와 기대는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

특히 지난 해 이태원 참사와 올해 잼버리 대회 파행과 오송 참사,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턱없이 벗어난 예상 등은 물론, 해병대 전 수사단장의 항명 의혹 사건, 이태원 특별법을 대하는 태도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때 한동훈은 내년 총선에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행태와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물론 정권과 한 위원장 본인에게 크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이 역동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파격을 보이며, 야당과의 타협에 전력을 기울이고 현안들에 대해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일 때 한국의 강고한 적대적 양당 정치의 새로운 변화의 단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취임사에는 여전히 상대당에 대한 적대와 공세가 주를 이루었다. 향후 여야 관계가 더욱 가파른 대결정치로 흐를 조짐을 보인 것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보다 의리를 먼저 생각한다)가 어느 때보다 그가 가져야 할 정치철학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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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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