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이나 '완전한 승리'에서 '협상 우위'로 전략 전환하나

80조 원 지원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예산안 의회 통과 불발…연내 마지막으로 3000억 원 규모 지원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연내 마지막 군사 지원을 실행했다. 기존 의회에 제출한 80조 원 규모의 지원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가 아닌 러시아와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7일(이하 현지시각) <UPI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223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추가로 발표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년 동안 이어지면서 "미국의 (지원) 자금이 고갈된" 가운데 시행된 조치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 국무부가 올해 마지막이 될 이번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방공용 군수품과 기타 방공 시스템 부품,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을 비롯한 1500만 발 이상의 탄약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월 바이든 정부는 한화 약 80조 원에 해당하는 614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포함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결국 연내에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지만 멕시코와 국경 안보 강화를 주장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예산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초점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확보'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조용한 전략 변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이든 정부 관계자 및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한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매체는 "백악관과 국방부는 공개적으로 정책에 공식적인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며, 그들은 여전히 러시아 군대를 완전히 쫓아내는 우크라이나의 목표를 지지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바이든) 정부 관리와 유럽 외교관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고위 관리들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반격'으로부터 동쪽 러시아 군대에 대해 더 강한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군대를 재배치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 행정부 관리는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향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위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 역시 "이 전쟁이 궁극적으로 끝나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을 통해서"라며 "그 때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어떤 회담도 계획되어 있지 않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곳곳에서 (러시아에 대해) 공격하고 있고 수천 명의 러시아군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공격을 하는 것을 단념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매체가 접촉한 유럽 외교관 역시 협상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가 "우크라이나를 협상에서 최상의 상태에 놓게 하기 위한"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모든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달 초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매체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우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건을 달지 않는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 세계 대화 상대들과 그의 평화 제안을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무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젤렌스키의 태도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까지 전개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요인도 우크라이나 군 재배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바이든 정부 관계자의 언급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날씨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2~3개월 내에 우크라이나가 어떤 방침을 취할 것인지에 따라 물리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공세를 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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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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