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난 정세균 "낭떠리지에서 손을 뗄 결단 필요"

정세균 "당 분열 수습은 대표 책임", 이재명 "혁신·통합 조화는 어려운 문제지만…"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통합'을 강조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결단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나 '공동선대위원장' 등 구체적인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28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식당에서 1시간 40여분동안 오찬 회동을 가졌다. 오찬이 끝난 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당의 분열을 막고 수습할 책임과 권한이 모두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수습해주길 바란다"고 이 대표에게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정 전 총리는 특히 백범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에게 거사 전에 했던 '현애살수(懸崖撒手)'란 사자성어를 거론하며 "필요할 때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당도 나라도 그리고 대표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애살수'는 높은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을 때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뜻으로, 손을 놓으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결심을 의미한다. 당 안팎으로 체제 전환의 압박을 받는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결단'의 방식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수석대변인은 "정 전 총리가 비대위나 2선 후퇴와 같은 것에 대해 콕 집어서 말씀하시지는 않았으며, '특단의 대책', '과감한 혁신'을 말했기 때문에 2선 후퇴나 비대위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정 전 총리가) 비상한 시기라고 공감을 했고, 혁신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셨다"며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 경쟁에서 뒤지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포함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정 전 총리가 말한 '결단'의 의미를 풀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 전 총리는 '통합'도 강조했다. 특히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져 우려스럽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이어 "단합이 선거 승리의 필요조건"이라며 "특히 내년 총선 공천을 매우 스마트하고 나이스하게 진행해야 하고, 공천 과정에서 분열 양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도 "총선 승리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민주주의도 없다"면서 "중도층을 견인할 전략을 짜야 한다"고도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지역적으로 수도권에 집중해야 한다. 수도권의 승패가 중요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정 전 총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민후사'(先民後私)라고 한 것을 언급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양당 간 혁신 경쟁이 있는데 혁신 경쟁을 선도해달라"며 '선민후민'(先民後民)의 정신으로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표는 정 전 총리의 조언을 경청한 후 "이번 총선이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린 선거"라는 데 공감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당내 통합, 이 두개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지만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서 조화롭게 이뤄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권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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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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