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최측근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언론에 최초로 제보한 이가 자신이라고 밝혔다. 제보 당시 이낙연 후보 대선캠프 상황실장이었던 남 전 실장은 언론 제보 사실을 이 전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 전 실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연대와 공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남 전 실장은 이 전 총리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민정실장을 지냈으며 이 전 총리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가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건 2021년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을 통해서다. '이재명 후보님, 회천대유 자산관리는 누구것입니까'라는 제하의 기자수첩에서 관련 사건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당시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국면으로, 이재명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 전 총리가 대장동 의혹에 대한 공세를 이 대표에게 편 바 있다.
해당 기사를 쓴 박종명 기자는 지난 2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 기자는 "이낙연 당시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윤영찬·설훈 의원과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남 전 실장은 박종명 기자의 검찰 조사를 계기로 이날 제보 사실 공개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종명 기자가 지난주 최측근이 제보했다고 말해서 제가 이낙연 전 대표께 (이걸) 털고 나가야 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했다고 남 전 실장은 전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강성 당원들이 대장동 공세를 폈던 이 전 총리에게 대선 패배 책임을 돌리는 상황도 비판했다. 남 전 실장은 "제가 제보자라고 밝히게 된 것은 정치가 부정부패와 함께할 수 없다는 양심의 발로"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가 모른 척 했어야 한다는 말도 있고, 나아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며 "많은 유튜버들이 (대장동 의혹을) 이재명 제거를 위해 검찰이 만든 조작사건이라고 하고, 민주당 승리를 위해 진실을 뒤집어도 좋다는 비양심적 말들도 난무한다"고 말했다.
남 전 실장은 "범죄 행위가 대선 패배 원인이 됐을지언정 범죄를 제보한 사람이 대선 패배 원인을 제공했다는 건 왜곡된 논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실장으로서 이 제보에 대해 사실관계를 알아봤다"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2018년 도지사 선거 당시 (대장동 개발을) 자신의 제1 치적으로 삼아온 만큼 한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분석 내용이나 언론 제보 사실에 대해선 이 전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후보 측에서 이낙연 후보가 '네거티브' 한다고 공세를 강화하던 때라 역공의 빌미만 제공할 것이라 판단, 이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고 언론에 제보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경기경제신문에 제보한 사실에 대해 이낙연 후보나 캠프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게 선거전략으로 쓰일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거듭 이 전 총리가 관련 사실을 몰랐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총리가 당시 제보에 관한 내용을 전혀 몰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 전 실장은 "2021년 9월13일 조선일보 보도 후 기자들이 이 전 대표에게 관련 질문했는데 그 때 본인이 잘 몰랐기 때문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초 제보자 공개와 이낙연 전 대표 신당 행보의 연관성'에 대해 "연계할 필요는 없다. 신당 창당을 위해 민주당을 공격하는 것처럼 비칠 수는 있지만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가 굳이 대장동과 신당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민주당과의 결별을 결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진실만이 힘이고 민주당의 그동안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으로 밝힌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재명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여러 말씀을 해주고 있고, 나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서 통합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 남동구에 있는 인천공단소방서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지금 만나지를 못하기 때문에 내가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는데 (이 전 대표가)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길을 열어놓고 대화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윤석열 정권이 우리 국민의 삶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어서 야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며 "내년 총선은 매우 중요한 정치 행사이고, 야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여서 혁신과 통합을 통해 반드시 그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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