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大盜)로 몰린 전북도민의 명예 회복 값 0.3조 원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새만금사업이 이제는 여야 '협상용 카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새만금잼버리대회 직후 '78% 예산삭감'이라는 된서리를 맞은 새만금사업을 놓고 여야 정치권은 그동안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국민의힘은 전라북도가 새만금잼버리 대회를 핑계로 국가예산을 11조 원이나 빼 먹었다고 선전하면서 잼버리대회 파행의 책임을 모두 전북도에 떠 넘겼다.

정부는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끝난지 20여 일만인 8월 29일, 국가재정이 어려워 SOC사업 예산을 삭감할 수 밖에 없었다며 새만금 주요SOC 내년 예산을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인 무려 5100억 원이나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한덕수 총리는 '보복성 삭감'이 아니고 "새만금의 기본계획, 빅피쳐를 다시 그리기 위한 조처"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어 8월 31일 전남 순천을 찾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흥행을 극찬하며 "잘하는 지자체와 일을 잘 못하는 지자체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주민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지자체도 발전한다"며 준비 부족으로 파행을 빚은 새만금 잼버리 사태와 대비시켰다.

'일 못하는 전북도는 응징이 마땅하다'는 표현으로 들렸다.

도지사가 새만금잼버리대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전라북도와 전북도민들은 잼버리대회가 세계적 망신을 사면서 파행으로 종료된 이후 '잼버리를 핑계로 국가 예산을 11조 원이나 빼먹은 대도(大盜)'로 몰리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가슴앓이'를 하던 전북도민 5천여 명은 정부여당의 횡포(?)에 가까운 새만금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회 의사당 앞에서 비상식적이며 유례없는 새만금 예산삭감을 규탄하는 전북도민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며 강력히 항의했으며 전북 도의원을 비롯해서 국회의원, 정치인들은 삭발과 단식투쟁, 서울까지 마라톤 투쟁을 이어가면서 새만금 예산의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중앙당 차원에서 전북의 여론에 동조하면서 "새만금예산 복원없이는 내년 국가예산 통과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여야는 국회 예산처리 법정 기한 하루를 앞두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의해 버렸다.

그 중의 하나가 새만금 예산이다.

어느 신문의 제목은 "새만금 3000억 늘렸다"였다.

새만금 사업 예산이 국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새롭게 3000억 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국회 여야대표가 들고 찍은 합의문에는 '새만금 사업 0.3조원 증액'이다. '천 억 단위'가 아니라 '조 단위'로 새만금 사업 예산이 늘어난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따지고 보면 지난 4개월여 동안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벌인 새만금예산 복원투쟁과 '대도'로 몰렸던 전북도민의 명예 회복 값이 ‘0.3조 원’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새만금 예산 복원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여야협치로 3000억 원 가량 복원됐고 새만금국제공항의 불씨를 살리는 등 새만금 SOC 예산 복원을 통해 전북발전의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새만금 사업 예산은 정부안에서 대폭 줄어들었는데 0.3조 원 증액되도록 했다"며 "추가로 2024년 특별교부세 배분 시 전라북도에 대해 200억 원을 추가로 교부하도록 해 전북의 현안 해결과 미래 발전을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0.3조 원' 보상으로 그동안 전북도민이 겪어야 했던 오명과 모욕 등 수치감이 모두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노력으로 전북발전에 다시 시동을 걸게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5000억 원을 쏟아 부은 부산엑스포는 '119대 29'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유치에 실패했는데 실무 책임자였던 외교부 제2차관은 오히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모두 1100억 원이 들어간 새만금잼버리대회는 '파행'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감사원 감사가 수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는 아직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국책사업','지역균형개발 사업', '노태우대통령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공약사업'이라는 이름만 거창한 새만금 사업은 이제 한낱 '정치협상용 카드'로 전락했다.

감사 결과와 별개로 여야 정치권은 실추된 전북도민의 명예가 0.3조 원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의회는 21일 "새만금 SOC 예산, 끝난 것 아니다 "는 입장문을 내고 "최종 확보된 새만금 예산은 우리가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전북도민과 출향인 등 전북인들이 느꼈던 소외감과 좌절감, 그리고 새만금의 속도감 있는 개발을 염원하는 국민의 상처에 비하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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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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