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4년 대선 출마 못하나? 콜로라도주, 내란 혐의로 공직 출마 제한

2021년 의회의사당 습격 독려한 트럼프, 25개주에서 비슷한 소송 걸려 있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이하 현지시각) 미 의회의사당 폭동을 독려한 행위가 내란에 해당된다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판결이 콜로라도 주에서 나왔다. 이번 판결이 다른 주의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9일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콜로라도 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의회의사당 습격 사건을 계기로 내란에 나섰다는 이유로 다시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문은 "콜로라도 대법원은 헌법을 지지하는 선서를 한 후 헌법에 반하는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의 공직 자격을 박탈하는 수정헌법 14조 3항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다는 판결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내렸다"고 이번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2020년 11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승리한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미 의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건물 내부로 난입했다. 이로 인해 경찰 1명을 포함, 5명이 사망했고 1100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110명 이상이 실제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시위가 일어나던 당일 오전 백악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가라", "지옥에서처럼 싸워라"라고 독려했는데, 이 때문에 내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콜로라도 대법원은 재판관 4대 3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거 출마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법원의 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수정헌법 14조 3항에 따라 공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콜로라도 주 국무장관이 그를 대통령 예비선거 투표에 후보자로 기재하는 것은 선거법에 따른 잘못된 행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우리는 가볍게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질문들의 무게, 법을 적용해야 하는 엄숙한 의무, 법이 지시하는 결정들에 대해 대중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판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11월 콜로라도 지방법원의 새라 월리스 판사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당시 판결에서 수정헌법 14조 3항이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출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신문에 따르면 월리스 판사는 의회의사당 난입이 폭동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통해 전한 메시지가 폭동에 가담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 3항에 대통령직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는 데 대해 지방법원과 같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직은 분명히 '오피스'(Office)에 포함되기 때문에 (헌법 조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미국의 정치 감시단체인 '워싱턴에서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모임(CREW)'의 회장 노아 북바인더는 "역사적이고 정당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단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자격을 박탈하려는 유권자들을 대표해 활동을 벌였다.

신문은 이번 판결이 콜로라도주 한 곳에서 나왔지만, 다른 주에서 진행 중인 이와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AP> 통신은 25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자격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네소타주와 뉴햄프셔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출마 여부와 관련해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지만 절차상의 이유로 기각된 상태라고 전했다. 신문은 "미시간주의 한 판사는 지난달 이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지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결했고, 항소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확정했다"며 현재 주 대법원에 상고돼 있다고 보도했다.

▲ 1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선거캠프는 즉각 연방대법원에 항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스티븐 청 선거 캠프 대변인은 "모두 민주당이 임명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빼고 콜로라도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없애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대법원이 "조 바이든을 대신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조지) 소로스의 자금을 지원하는 좌파 단체의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청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연방) 대법원이 신속하게 우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이러한 미국적이지 않은 소송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문은 이번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결정이 "2024년 선거의 기본 윤곽을 미 연방대법원에 맡길 가능성이 높은 폭발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방대법원 9명 중 6명이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번 결정을 콜로라도주 예비선거 후보 마감 직전인 1월 4일까지 일시적으로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문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 주 워털루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유세를 가졌는데, 약 1시간 정도의 연설에서 이 판결과 관련한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형사 사건과 선거 출마 관련 소송 등을 두고 본인의 백악관 복귀를 막기 위해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이 벌이는 정치적 음모의 일부라고 규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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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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