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독립성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에 대해 일부 변경안을 제시하며 타협에 나섰다.
제주도는 27일 오영훈 지사 주재 현안 회의에서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임명하기 이전에 이사진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변경안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도가 입법 예고한 조례안에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도지사가 재단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재단 이사와 이사장을 직접 임명하도록 했다.
현행 제주4·3평화재단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당연직 이사와 선임직 이사로 구분하며,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다만, 설립 당시의 선임직 이사는 발기인 총회(창립총회)에서 선출한다. 이와 함께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의결 후 도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사 선임과 이사장의 임명권을 재단 이사회의 의결 절차를 생략한 채 도지사가 갖도록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정쟁화 우려를 낳았다.
고희범 전 이사장은 제주도의 조례 개정에 반발해 지난달 31일 사퇴했다.
고 전 이사장은 사퇴서를 제출한 지 이틀만 인 지난 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도지사의 재단 장악 시도는 그동안 특별법 제정과 전면 재개정에 이르기까지 힘을 모아주신 4·3유족과 제주도민, 전국의 양심적인 인사들을 배신하는 일임을 명심하고, 4·3영령을 욕보이는 결과로 이어질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사 선임과 이사장 임명에 대해 "지방공기업 인사 조직 운영 기준과 정관의 규정에 따른 것이며 도지사가 이사장 후보에 대해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임명과 다름없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면서 현행 선임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재단 등 4.3단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사장 임명에 앞서 이사진 의견 수렴 과정을 추가하고 재단 이사 임명도 이사장이 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재단은 연간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받는 출자·출연기관이다. 관련 법에 따라 관리와 감독을 받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이어 “비상근을 상근 체계로 전환해야 책임경영의 전제조건이 성립되고, 재단의 발전을 위해 성과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며 “업무분장상 4.3평화재단에 대한 감독 권한은 4·3지원과에 있고, 해당 부서를 총괄하는 특별자치행정국장에게 감독의 책임이 있으므로 기관 경고에 따른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부서 직원들과 담당국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4·3평화재단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도 조례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해당 조례와 관련해 입법예고 기간동안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뒤 이번 주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이 9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봉합책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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