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소진연도가 연장되면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연금개혁 관건은 '있는 그대로' 시민에게 전달하는 것"

기금소진연도! 국민연금 논의에서 가장 관심이 큰 주제일 듯하다. 기금이 없으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국가가 존재하는 한, 공적연금의 지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의 국민연금의 수지적자, 초고령 인구구조가 연금지급에 너무 불리해서 자꾸만 걱정이 생기는 것이다.

기금소진연도가 연장되면 재정안정?

기금소진연도가 민감한 주제인 만큼, 연금개혁 논의에서 종종 기금소진연도 연장이 재정안정 효과로 소개된다. 기금이 남아 있는 기간이 늘어났으므로 재정안정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하는 게 당연하게 보일 수 있다.

지난 16일,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두 공동위원장은 특위에 그간 활동을 보고하면서,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으로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와 '보험료 15%와 소득대체율 40%' 두 방안을 제시하였다. 지난 10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 수치를 제안하지 않아 '맹탕' 개혁안이라 비판받는 상황이라, 두 공동위원장의 구체적 방안 제시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도 관심은 기금소진연도이다. 김연명 공동위원장은 연금특위 활동을 보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실제 이게 어느 정도 재정안정 효과가 있는지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그냥 40%로 유지하면 기금고갈시점이 2055년에서 2071년으로 16년 정도 연장됩니다. (중략)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에 기금고갈시점이 7년 정도 연장됩니다. 이 점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하나의 방안은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대폭 올리는 반면, 다른 방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도 보험료율 인상은 오히려 13%로 낮아 다소 혼란스러웠는데, 어쨌든 두 방안 모두 기금소진연도를 연장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모두 재정안정에 기여하므로 이왕이면 '훨씬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안'보다는 '조금 더 내고 지금보다 더 받는' 방안에 마음이 갈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시차'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금소진연도가 연장되지만 오히려 미래 재정불안정이 심화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내고 더 받는' 50%/13% 방안이 바로 그러하다.

국민연금은 젊었을 때 가입하여 평생 머무는 장기 제도이다. 이때 시민들은 국민연금에서 두 시기를 거친다. 처음에는 가입자, 나중에는 수급자. 이를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비유하면, 전반전에는 보험료를 납부하기만 하고, 후반전에는 급여를 받기만 한다. 즉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전반전에는 재정이 늘어나다가 후반기에는 지출이 증가한다. 이처럼 국민연금 재정에서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서 '시차'가 존재한다.

만약 20세 청년이 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하면 65세까지 45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고 90세까지 25년 동안은 연금을 받을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 재정은 한 명의 시민이 가입하면 납부와 수급기간을 합친 70년 동안의 수입과 지출을 종합해 다루어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추계기간이 70년인 이유이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의하면, 2023년 국민연금기금은 약 950조원이고, 이후 계속 늘어나 2040년에 1755조 원까지 이른다. 이후 적자가 시작되면서 기금이 빠르게 감소하여 마침내 2055년에는 소진될 전망이다. 그리고 소진 이후에는 보험료 수입으로만 급여를 충당할 경우 요구되는 보험료율이 2055년에 26.1%, 2078년에는 35.0%까지 올라간다. 이를 '부과방식 비용률'이라 부르는데, 현행 9%에 비해 무려 3~4배 높아지는 것이다. 현행 제도가 그대로 가면, 후세대 부담이 너무 무거워진다.

기금소진연도 이후를 주목해야

여기서 논점은 기금소진연도 2055년이 국민연금 재정추계 70년 기간에서 전반전에 속한 시기라는 점이다. 물론 현재 50대 가입자의 경우라면 수급이 더 일찍 시작되지만 현재 전체 가입자 그리고 앞으로 가입할 사람을 종합하면, 지금부터 32년 후인 2055년은 추계기간 70년에서 전반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연금개혁 방안에 보험료율 인상이 포함되면 전반전에 수입이 증가하므로 기금소진연도도 뒤로 연장된다.

두 공동위원장이 제시한 복수의 연금개혁안 모두 보험료율을 13%, 15%로 인상한다. 이에 기금소진연도도 전자는 7년, 후자는 16년 연장된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이것을 '재정 안정 효과'로 평가해도 될까?

'보험료율 15% / 소득대체율 40%' 방안은 그렇다. 이 방안은 보험료율을 올리지만 소득대체율은 그대로이기에, 즉 추가 지출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보험료율 13% / 소득대체율 50%' 방안은 다르다. 보험료율이 오르니 전반전에 수입이 증가하여 기금소진연도가 7년 뒤로 가지만, 문제는 소진 이후이다. 이때는 50%로 인상된 소득대체율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이므로 지출이 이전보다 늘어난다. 이에 부과방식 비용률(당해연도 연금지출을 같은 해의 보험료로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 최대 수치가 35%에서 43%까지 오르고, 연금지출 재정규모도 GDP 9.5%에서 11.8%로 늘어날 것이다(이는 국민연금재정계산위 보고서의 12%/50% 방안의 수치로서 소득대체율 50%에 따른 값이다. 따라서 13%/50% 방안의 수치와 거의 유사할 것이다). 즉, 기금소진연도 이후 후세대 부담은 오히려 더 더 과중해진다.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재정안정 효과 없어

만약 가입자 입장에서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를 더 받는 만큼 재정을 기여해야 한다면 얼마를 보험료로 내야 할까?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작업에서 국민연금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40% 소득대체율에 부합하는 수지균형 보험료율은 19.8%이다(할인율 기준, 수급기간, 유족연금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음). 예전에는 보통 16%로 알려졌는데, 수명연장으로 미래 연금 수급기간이 늘어나면서 필요보험료율도 높아진 것이다. 결국 40% 소득대체율에 부합하는 보험료율이 대략 20%이니,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에는 5% 보험료율이 요청된다.

<그림>에서 보듯이, 연금수리적 수지균형 기준에서 보면, 우리는 40%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으면서 보험료율에서는 11%포인트를 덜 내고 있는 셈이다. 이 수지불균형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불안정을 초래하기에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한 재정안정화가 현세대의 과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오건호

그런데 '보험료율 13% / 소득대체율 50%' 방안은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리면서 보험료율은 4%포인트만 인상한다. 물론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설정한 가정에 비해, 앞으로 기금이 초과수익을 올리거나 수급개시연령이 늦추어진다면 수지균형 보험료율 수치도 다소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앞으로 개혁 과제이기에, 현행 제도를 기준으로 보면, '보험료율 13% / 소득대체율 50%' 방안이 기금소진연도를 몇 년 늦추지만 재정안정 효과를 지닌 개혁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방치된 현행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정

더 심각한 건, 이 방안이 현행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을 그대로 놔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재정계산을 시행하는 이유는, 정부가 미래 재정수지를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번에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가 '추계기간(70년) 기금유지'를 재정목표로 정하고 여러 고강도 개혁안 시뮬레이션을 제출한 까닭이다.

그런데 '보험료율 13% / 소득대체율 50%' 방안은 이 법적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이어서, 마치 공정한 기여와 적절한 보장이 결합된 개혁안으로 포장될 수 있지만, 정작 우리가 지금 덜 내고 있는 부족 보험료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하지 않는 무책임한 방안이다.

그래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에 기금고갈시점이 7년 정도 연장됩니다. 이 점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민연금 재정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지닌 시차로 인해, 이 방안이 시행되면 '기금소진연도 이후에는 부과방식 비용률이 최대 35%에서 43%까지 올라가고, 급여지출도 최대 GDP 9.5%에서 11.8%로 늘어난다'고 함께 설명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정보 공유

연금개혁에서 관건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시민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보험료를 더 내는 게 부담스럽지만, 이것이 내 자식, 손주들과 공존하기 위한 현세대 책임이라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당연히 보장성도 중요하다. 필자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포괄하는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를 노후소득보장 대안으로 제시한다. <프레시안> 9월 1일 자 "언제까지 국민연금에 갇혀 있을 건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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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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