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대재해법 유예, 정부 사과하면 논의 시작"…노동계 반발

홍익표 '유예 시사' 발언에…산재 유족들 "시간 더 준다 한들 안전조치 하겠나"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추가 유예 수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계획 제시 등 조건을 내걸었지만, 산재 피해자 유족들은 "시간을 더 준다 한들 안전조치를 하겠나",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추가 유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와 관련해서 세 가지 조건을 분명히 얘기했다"며 3개 조건을 바탕으로 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중소기업 공동교섭권 관련 법안도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와 함께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내건 '3개 조건'은 △지난 2년 유예기간 동안의 조치 미흡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유예기간 동안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수립 △앞으로 모든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드시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이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를 전제로 유예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시사한 데 이어 이날 재차 입장을 밝혔다.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의미로 3년을 유예해 내년 1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2년 추가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재계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산재 피해자 유가족과 노동단체들이 모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더 미루자는 것은 정부가 국민 안전을 포기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겠다는 이야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기자회견에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청년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김용균재단 대표), 방송산업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 통계를 공개하며 산재는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모두 874명으로, 이 가운데 81%인 707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했다. 5~49명 사업장에서 365명,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42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김미숙 대표는 "아들을 잃은 지 벌써 5주기가 다가왔지만, 세상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면서 "3년 동안 안전조치를 할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시간을 더 준다 한들 안전조치를 하겠냐. 50인 유예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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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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