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돈 벌도록" … "집토끼 우선 육성" … "규제혁파 나서야"

[지방정치 오디세이 6] 기업유치 방안에 대한 단상

민간 시장 영역이 협소한 전북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유치에 목을 걸고 있다. 그래서 차기 총선에 출마하려는 입지자들도 자신이 기업 유치의 적임자임을 강조한다. 기업 유치가 지역 발전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통하며 저마다 대안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유치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의욕만 갖고 뛴다고 전국의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들의 친(親)기업 정서와 행정의 최우선 지원 의지, 교통과 주택 등 기반시설 등을 두루 갖춰야 국내외 기업을 흡입할 수 있다.

정치인의 역할론이 여기에서 나온다. 기업을 끌어오기 위한 협상력 발휘 등 정치인은 행정의 수준을 넘어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치 무대에서 뛰려는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면 기업 유치 의지와 철학도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이덕춘 변호사는 지난 9월 12일 오전 전주지검 앞에서 "새만금 예산 빼먹기 발언을 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전북도민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인 이덕춘 변호사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이윤이 된다면 서로 지역으로 오려고 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지방에 와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덕춘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중앙정부 예산 증가율보다 지방정부 예산 증가율을 2~3% 더 높게 만들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지방정부의 예산을 들려 기업 하기 좋은 환경,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줘야

최형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도 같은 생각이다. 최 부의장은 "기업은 1원이라도 이익을 남길 수 있으면 지옥이라도 간다"며 "기업하기 좋은 조건, 돈이 남는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원식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기업이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로, 국민의힘 허남주 전주갑 당협위원장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기업의 이익이 중요하다"는 말로 각각 기업이윤 창출의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근열 군산 당협위원장도 "최대의 이윤추구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말로 '기업이익'에 한 표를 던졌다.

넓게 보면 이덕춘 변호사나 최형재 부의장과 의견을 같이하는 셈이다. 다만 신원식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공항과 항만, 철도 등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인 안호영 의원(전북 완진무장)은 '투자 환경'을 강조한다. 그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각종 세제혜택 등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거주지 이전과 출·퇴근 문제 등 기초적인 사항을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다.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등 투자여건 개선

안호영 의원은 또 이렇게 말한다. 만약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따른 직원 불만이나 이직 사례가 발생하면 경쟁사에 인재를 유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일할 수 있도록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기본적인 삶의 인프라까지 충족되면 사업과 기업이 모일 거이라고 강조한다.

(사)익산발전연구원의 고상진 원장도 '투자여건' 주장을 한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행정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서 투자와 관련한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상진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절대농지 등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인 혁파로 지방도 수도권 못지않은 투자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이배 전 의원은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을 우선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전 의원 페북 캡처

전 20대 국회의원과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군산지역 출마 입지자는 "신성장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산업정책과 기업 유치에 맞는 인력양성 등 고용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광역도시의 일자리재단을 이끌어온 CEO 출신답게 차별화된 정책과 인력양성까지 곁들여 대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전주완주를 수소 중심도시로 만들어가며 수소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고 싶다"는 말로 지역의 특화산업과 연관된 기업을 집중적을 유치하는 등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찌워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특보단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윤덕 재선의원(전주갑) 역시 지역특화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윤덕 의원은 "전북은 탄소산업, 수소산업, 2차전지와 함께 4차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신(新)산업 유치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토끼보다 집토끼 육성이 우선

다만 신산업 대다수는 강소(强小)기업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전북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4차산업과 관련한 분야를 전북의 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추진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기업을 유치하겠다거나 공공기관을 끌어오겠다는 공언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기업 유치 전략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역의 특화산업 육성 차원에서는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상임위원을 여임한 이희성 착한법연구소 소장도 의견을 같이한다. 변호사 출신의 이희성 소장은 "익산은 노동복합도시이자 교통이 편리한 요충지"라며 "농식품 관련 대기업에게 매력적인 조건인 만큼 1차 생산과 2차 가공, 3차 서비스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6차 산업의 메카로 익산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교통문화연수원장을 역임했던 정희균 노무현재단 전북공동대표는 '집토끼 우선 육성론'을 펼친다. 지역 기업의 이탈을 막는 일을 선행해야 하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조성하고 우수한 인력이 넉넉한 지역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희균 노무현재단 전북공동대표는 ‘집토끼 우선 육성론’을 펼친다. ⓒ정희균 공동대표 페북 캡처

기업 유치를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타 지역에 있는 기업을 끌어오거나 창업하려는 기업을 유치하는, 이른바 '산토끼 유치론'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정희균 공동대표는 지역에서 지역 경제의 부(富)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부터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기존의 기업을 1개 육성하는 것이 타 지역에서 2개의 기업을 끌어오는 것에 버금가는 지역 경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유치한 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지역 경제에 과실을 던져주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지만 향토기업을 활성화하면 직접적이고 즉시적인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집토끼 우선 육성론'은 설득력이 있다.

이밖에 22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입지자들은 폭넓은 인맥 활용, 직접 만나서 설득, 기업 성장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방책을 내놓았다.

전북은 비수도권 중에서도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전국 평균의 80% 수준에 불과한 절대 낙후지역이다. 불균형 성장의 틀에서 벗어나 10대 이상의 '퀀텀 점프(quantum jump)', 대도약을 위해서는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이 돈을 버는 기업천국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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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윤

전북취재본부 배종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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