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핵심 지지층 이탈 폭 커져…CNN "재선 흔들리고 있어"

젊은 유권자·무당층 등에서 지지율 하락세…공화당 지지층이 투표에 더 적극적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핵심 지지층들의 이탈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여론조사 기관 SSRS와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1514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상 대결에서 45%의 지지를 얻어 49%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4% 포인트 차로 밀렸다.

양 후보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의 지지 열세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1%는 바이든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답했고, 현재는 지지하지 않지만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4%"에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지지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은 "응답자의 48%는 트럼프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고, 단지 2%만이 현재 그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후에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는 것도 재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도는 좀처럼 4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직무수행 지지는 39%, 반대는 61%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방송은 "역대 대통령들의 재선 도전 시기의 지지율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바이든과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2019년 10월 말 트럼프의 지지율은 41%였다"며 "재선을 위한 대통령 선거를 1년 여 앞둔 시점에서 바이든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지지를 확장시키기 어려운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기존 지지층의 확고한 지지가 필요한데, 이들의 지지가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2020년 선거 때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방송에 따르면 2020년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5세 이하 유권자들에서 트럼프를 21% 포인트 차로 이겼고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13%, 흑인에서는 75%, 라틴계에서는 33% 포인트 차로 이겼다. 또 백인이 아닌 사람들 중 여성에서는 53%, 남성에서는 34% 포인트 차로 이겼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 차이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는 결과가 나왔다. 방송은 35세 이하 유권자들에게서 트럼프는 48%, 바이든은 47%의 지지를, 무당층의 경우 트럼프가 45%, 바이든이 41%의 지지를 얻으면서 지지층의 변동이 있었다고 밝혔다.

흑인의 경우 바이든이 73%, 트럼프가 23%의 지지를, 라틴계에서는 바이든이 50%, 트럼프가 46%의 지지를 받았으며, 비백인 중에 여성은 63%가 바이든을, 31%가 트럼프를 지지했고 비백인 남성의 경우 트럼프 지지가 49%, 바이든 지지가 46% 였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투표를 할 것이라는 점도 바이든의 재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방송은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71%가 내년 대선에서 투표할 의욕이 매우 강하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성향 유권자는 61%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은 상당히 부정적인 직무수행 선호도, 미국이 점점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식, 주요 지지층의 지지 감소, 바이든이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는 광범위한 인식 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7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가능성'을 주제로 연설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쉽지 않다는 예측은 지난 5일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시에나 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한 경합 지역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신문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6개 주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네바다 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주에서는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2020년 선거에서는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이는 최종 당선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2일부터 11월 3일까지 위 6개 주 3662명의 등록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 우세를 보였다. 이에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훌쩍 넘는 30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쉽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아직 1년이 남아있다는 점, 어떤 이슈가 선거 막판에 힘을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여론조사와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송은 선거의 주요 이슈로 경제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등록 유권자의 66%를 차지했고 그 뒤로 온전한 선거와 투표권 57%, 범죄 문제 52%, 이민 정책 50%, 대외정책 43%, 임신중단 42%, 기후변화 31%,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책 17% 등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 중 임신중단 문제가 여전히 40%대가 넘는 주요 이슈로 거론되면서, 여기에 관심이 높은 35세 이하 젊은 유권자들이 이전보다 많이 투표장으로 향한다면 바이든 대통령 또는 민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기존 예상을 뒤엎고 상원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으며 하원의회에서는 근소하게 패하는 성적표를 받았는데, 이 때 임신중단 문제가 투표에 주요한 이슈로 등장했고 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바 있다.

또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오하이오 주에서 이날 주민 투표를 통해 임신중단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기로 결정한 것도 민주당에게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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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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