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두둔 바이든에 국무부 직원들도 항의 "공개적 비판해야"

바이든 비판한 국무부 직원에 이어 집단 반대 의견까지…폴리티고 "바이든 정부 중동 정책 어려워질 수 있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미국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각)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국무부 직원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정부 대응 방식을 비판하며,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해당 메모에 "민감하지만 비밀은 아니다"라고 쓰여 있었다면서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문서에 서명했는지 또는 정책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서에 이 메모가 보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매체는 해당 메모를 입수한 이후 내용이 변경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 메모에 두 가지 핵심 요구 사항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나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간 휴전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이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스라엘의 군사 전술 및 팔레스타인에 대한 처리와 관련된 비판을 알리는 것을 포함해 공적인 메시지와 감추고 싶어하는 메시지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메모에는 미국 정부가 이 메시지 사이에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미국이 편향되고 정직하지 않은 행위자라는 역내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메모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스스로의 공격 작전을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로 제한하지 않는 등 국제 규범을 위반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민들이 폭력을 쓰거나 불법으로 토지를 압류하는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과도한 무력 사용을 할 때, 이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이것이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물론 이 메모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14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살해된 것과 관련,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맞설 "합법적인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과 어린이들이 사망했다면서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들의 규모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이스라엘이 과도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메모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에 대해 "우리가 오랫동안 옹호해 왔던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각자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해당 메모를 본 국무부 직원을 인용, 중동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던 중간급 직원 2명이 작성한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무부는 해당 메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매체는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말 "이 부서의 강점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며, 직원들이 정부와 다소 차이가 있는 의견을 내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매체는 이러한 내용의 메모가 나오는 것에 대해 "중동 위기에 대처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법에 대한 미국 외교관들의 불신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특히 (메모는) 중하위직에 있는 많은 미국 외교관들의 감정을 반영하는데, 만약 그러한 내부 의견 차이가 심화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이 지역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일 미 국무부 직원이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비난한 데 이어 이번에 직원들 다수가 미국 정부의 현 입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휴전을 촉구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다소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심화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피해가 커질 경우,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여론이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서 2일 미 국무부 중동 문제 담당 부서에 2년 넘게 일하고 있는 실비아 야쿱은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무고한 가자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상당한 군사 지원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대량학살 공범"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 지난 10월 1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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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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