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우크라? 젤렌스키 "망할 (FXXX) 푸틴" 욕설 쓰며 맹비난

국제사회 관심 멀어지고 미국 내 지원 여론 악화에 전장은 교착상태…우크라 '삼중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충돌 및 미국 내 여론 악화로 미국을 비롯한 서양으로부터의 관심에서 다소 밀려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욕설을 섞은 비난을 하며 서방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NBC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힘이 있고 강하다"면서도 "이는 우리가 평생 싸울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가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이 우리의 영웅들과 남성, 여성, 아이들을 빼앗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망할(F***ing) 테러리스트인 푸틴에게 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게 우리가 싸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방송에서 욕설까지 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데는 현재 러시아와 전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서방의 지원도 이전만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러시아가 공중을 장악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방공 없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행히도 (러시아의) 본격적 침입이 시작된 이후 이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며 "러시아가 공중을 장악하고 있다. 방공이 없다면 우리의 다음 (반격) 단계는 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와 전투가 "교착상태에 있지 않다"며 "우리 군은 더 빨리 전진하고 러시아를 기습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작전을 달리하는 등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판단과는 엇갈리는 대목인데, 잘루즈니 사령관은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러시아와 전투가 현재 교착상태에 들어갔으며 돌파구가 마련되기 쉽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방송 NBC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푸틴에 대해 욕설을 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NBC 방송 갈무리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 미 하원은 지난 2일 이스라엘을 우선 지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추가적 지원이 실행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승인해야 하는 시한이 언제냐는 질문에 "그건 우리에게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제도 말했듯이 지원을 원한다. 그게 오늘인지 내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단지 우리는 시간이 없다. 그리고 그 대가는 매우 비싸다. 이게 우리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라며 "여러분들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면 이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전후 복구 등 지원에 따른 보상도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 북한 등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두 전쟁에서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 세계가 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자국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및 EU와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평화협상 문제를 이야기한 적 있냐는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테러리스트와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을 믿을 수 없다"며 "미국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되면 푸틴, 젤렌스키와 접촉해 모두에게 공정한 협상을 통해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내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의 주장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크라이나에 초대해 그가 왜 이 전쟁을 해결할 수 없는지 24분 내에 설명할 것이다. 딱 24분이면 된다. 그 이상도 필요 없다"라며 "푸틴 때문에 평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1년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한 바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단지 미국의 집권 세력의 의견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제도적으로 대통령에게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의견, 사회적 여론 등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나는 그들(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정말로 우리가 러시아에 대항해 힘든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지원을 호소했지만, 이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여론조사 업체 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너무 많다'는 응답은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6월 29%에 비해 12%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적절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33%로 집계됐는데, 6월 43%에 비해 10% 포인트 감소했다.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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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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