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소아과 런' 해결 대책, 정작 '필수인력' 의사들은 시큰둥

[국회 다니는 변호사]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오늘은 '필수의료법'에 대해서 한번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계가 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이제야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코로나19의 극복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에 더해, 의료인들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전세계는 '공공의료'와 '공공보건인력'의 확충이 필수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의료현실은 어떠할까요? '위기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여러 신호가 감지됩니다. 구체적인 통계를 언급하기 전에, 요새 '소아과 런(run)', '응급실 런' 이런 이야기를 안 들어보신 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친구들도 대부분 10대 전후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소아과 개원 1시간 전 대기는 기본이라 합니다. 그리고도 진료시간은 고작 5분 남짓입니다.

최근에 이런 뉴스도 많이 보도되죠. 뇌출혈 환자인데, 응급의료센터에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서 병원을 전전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우리 누구나 아프지 않을 수 없고, 언젠가는 아프게 될 것이고, 또한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필수의료에 대해서 정부 당국의 지금까지의 대책은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데 필수적인 산부인과·소아과 폐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산부인과의 경우 2018년서 2021년 사이 80개(567개→487개) 의료기관이 폐업을 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고는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 모든 의료기관이 폐업을 했습니다.

특히 의원의 경우는 61개나 폐업을 했습니다. 산부인과해서 돈벌기 힘들거나, 너무 힘들다는 뜻일 것입니다.(아래 자료1) 소아과도 최근 5년사이에 61개나 줄어들었고(3308개→3247개), 대형병원서 의료인력 부족으로 응급·입원진료를 학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공의 수련병원 기준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20년 68.2%에서, 22년 27.5%로 정원의 1/3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간 격차는 말할 것도 없죠. 지방에서는 상급 종합병원의 진료도 5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통계만으로 봐도, 지방에서 아이를 키우다 아이가 다치면 큰 위험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게다가 필수과목 의사선생님들의 과중한 진료부담은 의료행위에서의 과실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상대적으로 사고위험도 높은데, 의료행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형사소송을 제기하고,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처벌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현실은 이러한데, 한숨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필수의료인력의 고령화 문제또한 심각한 상황입니다. 소위 말하는 필수의료과목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심혈관흉부외과의 60대 이상 의사의 비율은 최근 10년사이에 급격히 고령화됐습니다. 산부인과의 경우 33.1%가 60대 이상 의사선생님이고, 외과는 31.4%, 소아청소년과 25.5%, 흉부외과의 경우 23.4%입니다.(아래 자료2) 이 추세가 가속화되고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필수의료인력체계는 붕괴될 것으로 봅니다.

2006년 이후 의대정원을 동결하면서 2035년에 가면 의사수가 9654명 부족할 것이라는 것이 예측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의사의 수를 늘려야 할 것이고, 의사가 일시 과공급되더라도 그 충격은 정부의 예산재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정부당국의 판단이 돼야 합니다.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소위 '피안성'+'정재영')와 같이 '인기 업종'으로 의대생들이 지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겠습니다. (물론, "적정 의사 수"에 대해서는 정부-의협 간 이견과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필수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인력수급이 고갈상태로 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쪽도 부인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올해 1월에 '필수의료 지원대책'이라고 발표를 하면서, 지역 내의 의료기관의 접근성을 향상하고, 필수의료분야에서 공공정책 수가 조정(예를 들어 공휴일에 야간 응급수술·시술에 대한 수가 가산율을 현행 100%에서 150~200%까지 상향하거나, 아이를 낳는 경우 분만수가만 적용하던 것을, 지역별로 100%, 분만의사에게 100%로 안전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더 얹혀주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의료인력 확보 대책 등을 마련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필수인력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정작 공공정책 수가에 대한 도입 역시 지원대상도 제한적이라거나, 중증 소아에 대한 진료보상이나 소아진료체계를 유지하는 방식도, 병원들이 의료적으로 손실을 본 것에만 사후보상해주는데 급급하다는 것이죠. 심지어 이미 나온 모든 대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필수의료가 무엇인지, 그 의료인력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에 대해서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양당 모두 의원안으로 발의됐는데(이종성·신현영), 내용은 대체로 동일합니다.

우선, 기존의 의료·공공의료·응급의료라는 체계에 '필수의료'라는 하나의 법적인 체계를 더합니다.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영역이나 수요·공급이 서로 매칭되지 못해서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영역에 대해서 국가가 관리해 나가자는 것이죠.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실태를 조사하며, 필수의료 종사자나 종사기관에 대해서는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더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건관계기관이 필수의료종사의 교육 또는 수련과정에 대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신현영 안)

아울러 의료인의 과실에 대한 면책규정을 명확하게 도입하자는 내용도 있습니다.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의 형사처벌은 감경하거나 면제하자는 것이죠.(신현영, 이에 대해서는 이미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사고인 경우에는 의료인의 주의의무위반이라 볼 수 없으므로 과실범으로 처벌할 수 없는데, 불필요한 규정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내지는 필수의료종사자가 긴급하게 필수의료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중과실이 없고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자(이종성)는 내용입니다. 의료인들이 필수의료로 유입되게끔 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필수의료 부족 사태를 보면,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해 매우 암울해집니다. 개발도상국을 지나 이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을까 싶었는데, 하나하나 사회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의료인력 확충, 필수의료기관 확충, 필수의료인력보상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없이 갈등과 미봉책으로만 치닫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필수의료법'안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수준높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길 기대해 봅니다.

▲지난달 충북대병원 내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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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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