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 이사장 사퇴 "도지사 재단 장악 시도 중단하라"

제주4·3평화재단 고희범 이사장이 재단 이사장 임명권을 도지사가 행사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 시도에 반발해 1일 전격 사퇴했다. 오영훈 도지사가 재단을 통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프레시안

고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제주4·3평화재단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사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의 운영 지원을 이유로 이사장과 이사의 임명권을 도지사가 가지려는 시도는 4·3의 정치화를 부르고,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도내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들이 임명될 때마다 논란이 일어 도민사회에 실망감을 안겨 왔던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고 이사장은 특히 “재단은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흔들릴 것이고, 4·3은 정파의 싸움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4·3 영령들은 물론 4·3의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싸워온 분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오영훈 지사는 조례 개정 절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 이사장의 사퇴는 지난달 공개된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제주4·3평화재단 조직관리운영 개선방안 컨설팅’ 결과가 불씨가 됐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보고서에서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임명 방식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다. 또 자체 수익사업 발굴이 되지 않거나 사업을 지방출자 출연기관 형태로 출연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민간에 위탁하는 민간 위탁 방식을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제주도는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제주4·3평화재단의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고, 감사는 공개 모집을 통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및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는 다른 출자출연기관과 동일한 기준으로 4·3평화재단 이사진을 선출하기 위한 조례 개정이라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제주도가 임원진에 대한 임명권을 갖게 되면 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오영훈 지사와 만나 조례 개정 중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희범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4·3평화재단에 사퇴 의견서를 제출했고 재단 측은 이런 사실을 제주도에 통보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정부와 제주도가 100억 원 이상을 출연하는 출연기관이다. 다른 기관과 달리 재단은 정관에 따라 자체 내 이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장을 선출해 왔다.

제주4·3평화재단의 임원은 이사장 1인, 이사 12인 이내, 감사는 2인으로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임원은 모두 1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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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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