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철 "제주 제2공항 갈등 넘어 도민 참여 방안 마련해야"

제주제2공항추진범시민포럼서 "제2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성 효과 최대화 필요"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이 갈등을 넘어 제주도와 정치권이 제주도민들의 이익을 대변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 제2공항 추진 정책 간담회.ⓒ프레시안

제주제2공항추진범시민포럼(공동대표 김용하)은 지난 30일 서귀포 나비박물관에서 제주 제2공항 추진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고기철 명예대표와 강동원 전 제주공항 본부장을 비롯해 포럼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고 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이 논의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찬반 갈등에만 매몰된 채 제2공항이 가져올 경제적인 효과에 관해서는 관심에서 멀어져 왔다"며 "지자체와 정치권이 좀 더 관심을 두고 도민들의 이익을 대변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 간담회 주제 발표에 나선 강동원 전 제주공항 본부장은 제주 현 공항 상황과 국내에서 건설 중인 공항들의 추진 상황, 성산공항 입지선정 배경, 제주도정의 역할과 방향 등에 대해 그 간의 경험을 토대로 강의했다.

강 전 본부장은 우선 "제주 현 공항 상황에 대해 2018년도에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강 전 본부장에 따르면 제주 현공항의 여객은 연간 3100만 명을 넘어섰고, 운항 횟수는 시간당 35회 이상 초과해서 운영되고 있다. 그는 "제주↔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으로 알려져 있고, 이러한 근거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탑승률에서 나타난다. 특히 항공기 운항 부족으로 항공기 이용을 포기하는 수요가 25%가량 된다"며 "제2공항 개항 전까지 제주공항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지 이게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는 관광 산업 비중이 65% 이상 차지하며, 제주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 역할을 했고 또 이걸 뒷받침 할 만한 대체 산업도 없다. 제주공항 포화로 인해 관광객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게 되면 제주 지역 경제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며 "2022년 제주는 17개 시도 중에 지역 총생산(GRDP)이 최하위권이었지만, 그나마 2015년 외부 자본 유입과 이에 따른 부동산, 건설, 관광 경기 호황에 힘입어서 7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 2공항 건설 사업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으나 앞길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강 전 본부장은 "국내에서 계획, 건설 중인 공항은 가덕도 신공항(경남), 대구경북 신공항(경북), 새만금 국제공항(전북), 제주 제2공항(성산) 등 총 4개다. 이 중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신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고, 이에 더해 지자체에서 특별법까지 제정해 추진 중"이라며 "특별법을 제정해서 공항을 건설하게 되면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 제정에 의한 공항 건설에 대해 "예산 활용이 용이하고 행정 인허가 단축, 공항 건설 전담 부서 설치에 따른 공사 기간 단축 등의 유리한 점이 있다"며 "예산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인 정부 사업은 반드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정치적인 영향에 의해 특혜를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면 제주는 항공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하는데도, 제주공항이 법적 근거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대구나 가덕도에 비해 홀대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예산 규모를 약 18조로 확정해서 현재 추진 중인데 이달 중 부산 엑스포 유치가 결정되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홍준표 시장은 물류 거점 공항을 표방하며 공항 전문가를 임명해 바로 옆에 두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전 본부장은 이러한 점을 비춰볼 때 "제주 공항 추진이 마음을 놓을 처지는 아니"라면서 "제주의 국회의원 세 분과 도지사, 의회가 제주의 가장 현안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공항의 시설 규모에 대해 "인천공항은 제주공항의 약 5배 차이가 나지만, 연간 여객 처리는 인천 공항이 약 7100만 명, 제주공항은 약 3000만 명 정도로 제주공항의 2배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포공항의 경우에는 제주공항 시설보다 약 2배 이상이지만 규모에 비해 여객 처리 실적은 제주공항의 70%를 밑도는 수준이고, 김해공항도 제주공항 보다 약 1.5배 이상 차이가 있으나, 여객 처리는 제주공항의 약 55%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제주공항은 시설은 작지만 여객 처리는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세계적인 여객 처리 실적을 볼때 1위는 미국의 아틀란타 공항, 2위 중국의 베이징 공항, 14위 인천공항에 이어 제주공항은 74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처럼 제주공항은 지방공항으로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지만, 세계항공교통학회가 매년 발표하는 중규모의 혼잡 공항 중 제주 공항은 1위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 본부장은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공항 건설 사업에 제주도정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당초 제주공항 건설 사업에 약 4조 8천억 원 규모로 예상했으나 최근 2조 원이 증가한 6조 8천억 원으로 늘어났다"며 "이왕이면 우리의 미래 100년을 위한 명품 공항으로 만드는데 혼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주 2공항 구상에 대해 "미래 세대에 관심이 많은 수소공항이라든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가 제안한 스마트 혁신도시나 에어시티 등에 대한 구상을 계획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제주도와 정계가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협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은 공항 건설에 따른 도민 참여 부분에 대해 제주도정은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정이 "공항 내 면세점 운영이나, 주차장 운영권, 렌터카 차고지 조성, 공항과 연계된 서브 시설 확대 등 도민들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사업들을 정부와 협의를 통해 특별법에 반드시 담아 내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여기에 제주도정과 정치권이 연합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재정이 부족하면 국가에 읍소해서라도 예산을 확보하고, 공항 운영에 대해서도 도민들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 추진 절차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공항 건설 과정에서 육지부 대기업 건설사의 독식 구조를 탈피해 도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지분 참여나 자재 공급 등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부분에 도민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주도정과 지역 정계가 정치적 실익에 한눈팔지 말고, 앞장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본부장은 제2공항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관광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당초 관광 패턴은 유럽 중심에서 시작해 동남아로 이동해 왔다. 미래 관광 산업은 동북아로 이동할 것이고, 제주는 동북아의 중심에 있다"며 "정부나 외부 관광 전문가에게 맡길 게 아니라 제주도가 선제적으로 이에 따른 전문가를 육성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2공항 건설 이후 현 공항에서 운영율이 1%에 그치고 있는 남북 활주로 활용 방안과 더불어 보조 활주로 기능이 상실될 경우 그 유휴 공간에 항공산업 유치 또는 도시재정비 사업 구상도 세워야 한다"며 "도시 재정비에 따른 도민 의견 수렴과 개발 사업 추진은 또 다른 과제로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강의 종료 후 "가덕도나 대구경북 신공항은 특별법까지 만들면서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다. 국가 재원 한계로 인해서 제주공항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 등 당초 계획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질의했다.

강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엑스포가 이달 부산으로 유치되면 정부든 정치권이든 본격적으로 거기에 매달리게 된다. 현재 가덕도 공항은 올해 말 기본계획 고시를 예정하고 있지만 엑스포가 지정되면 고시도 빨라질 것이고 탄력도 받을 것으로 보여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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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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