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단 무시하는 경찰? 심야시간 집회·시위 금지 추진

'집시법 제10조' 두 차례 헌법불합치에도 심야시간대 집회 전면 금지 방침

경찰이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대 집회 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09년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사법부의 판단을 거스르는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대 집시를 모두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미리 신고시 허용이 가능한 현행법과 달리,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는 집회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준법 집회·시위 문화 정착은 우리 모두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공동 목표"라며 "경찰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와 국민 기본권 보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20일 오전 경찰청 기자실에서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 발표 관련 사전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집시법 10조는 '일몰에서 일출시까지 원칙적으로 집회를 금지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2009년 헌법재판소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원칙적으로 옥외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헌재는 2014년에도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자정 이후의 야간 시간대 집회에 대한 후속 입법이 없어 '입법 공백'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경찰의 심야시간대 집회 '전면금지' 법제화은 헌재 판결 취지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경찰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법원은 경찰의 금지 통고를 한 '밤샘 농성'이나 '야간문화제'등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의 주장과 반대되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당장 지난 20일로 예정되어 있다 경찰의 금지가 통고됐던 금속노조의 1박 2일 집회에 대해서도 법원은 "노숙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경우에는 신청인의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금속노조의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경찰이 내세운 "심각한 교통 불편과 통행 불편이 초래되고 인근 주민과 회사원 등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은 "차량 소통을 배제하지 않고, 인도도 확보되어 있다"며 "(집회의) 개최 시간에 비추어 인접 도로에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하는 방침이라며 즉각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경찰의 방침에 대해 "경찰독재국가에서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할 때 집회와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통제하고 처벌했던 수법"이라며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의 비판을 단속하고 침묵을 강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 논평했다.

참여연대도 "집회시위의 주요 대상은 주로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등이다. 이들 기관들이 주로 위치해 있는 곳 주변에 심야시간대 차량이나 통행은 거의 없다"며 "국민 피해 최소화라는 핑계로 국가기관, 지자체 등 권력기관에 대한 집회시위를 막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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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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