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열리나? 러 매체 "김정은, 수일 내 극동지역 방문"

NHK "11일에 특별열차 편으로 출발"…국방부도 "러시아 방문, 정상회담 가능성 있는 것으로 평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출발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11일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탄 러시아 행 열차가 평양을 출발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보당국 역시 김 위원장 열차가 출발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동방경제포럼'(EEF, Eastern Economic Forum) 전체회의에서 연설하고 김 위원장이 이날 도착해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은 두 정상이 이날(12일) 저녁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며 "김 위원장은 포럼 마지막 날인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 통신 역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수일 내에 극동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다수의 소식통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 극동연방구의 한 정부 소식통은 조만간 김 위원장이 이 지역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구체적인 방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다른 지역의 정부 소식통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우리는 김정은의 방문을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역시 관련 질문에 대해 "국방부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만약 방문하게 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답해 방문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당초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무장된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캠퍼스에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10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만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포럼이 열린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국외 이동이 포착되지 않아 실제 러시아에 방문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공영방송 NHK는 10일 연해주 지방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편으로 11일에 출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송은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9일까지 기중기를 사용해 역사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청소 작업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방문할 경우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난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외 지역으로 이동하는 셈이 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방문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장소인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우 2019년 4월 북러 양 정상이 회담을 가졌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아 우군이 필요한 러시아와 역시 서방의 제재 속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북한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원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위성 및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첨단 기술을 원한다"며 무기 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북한식 전승절)을 맞아 북한에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회장에 동행하기도 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북한의 무기가 러시아에 수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과 러시아 간 연합 훈련도 의제로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4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김규현 국정원장이 "아마 쇼이구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 면담 당시 해상연합훈련에 대한 공식제의를 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2019년 4월 25일(현지 시각)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한국 등 주변국가는 북러 간 이같은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외교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현지시간으로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양국관계 현안 및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박 장관은 러시아에 체류 중인 우리국민의 안전문제, 러시아 내 우리기업 애로사항 해결방안 등을 러 측과 협의하였으며, 한반도 문제 관련 러북 관계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식과 평화 회복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우리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을 계기로 북한문제 등 관련 안보리 내에서의 러측의 건설적인 협조를 당부하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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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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