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발언으로 혼선 부른 한덕수 총리…"확정되면 발표하나" 되레 큰소리

공개 석상에서 밝힌 의견 논란되자 "총리 의견이 그렇게 중요한가"

한덕수 총리가 홍범도함 함명 개정, 의무경찰 도입 검토 등 확정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데도 본인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내각의 최고위급 공직자로서 스스로의 발언에 대한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한 총리는 지난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홍범도함 함명 개정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을 두고 "질의하신 의원이 총리는 (함명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의견 이야기하라고 해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해군 및 여러 의견 들어서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의를 진행하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중요하다. 총리는 내각을 대표하지 않나"라며 "총리의 한 마디는 태산같이 무거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범도함 함명 개정은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8월 28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홍범도함 함명 개정에 대해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날 해군은 "현재 해군은 홍범도함 함명 제정 변경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후 3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예결위에서 '개인 의견'을 밝히면서 함명 개정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고, 다음날인 9월 1일 국방부는 "해군에서 (홍범도함 함명 개정을) 검토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다 지난 4일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국회 예결위에서 "홍범도함 명칭 (변경) 검토"를 언급했고 이에 대해 해군은 또 다시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를 부인하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가 정부 정책에 혼선을 일으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23일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의무경찰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이후 정부 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총리는 당시 발표에 대해 국방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면서 "협의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제가 국방부 장관에게 필요하면 이런 협의가 갈 거다, 협의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주 의원이 국방부와 협의도 안하고 대국민 발표를 하냐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의원님은 항상 확정되면 발표하나"라며 당시 발표에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 총리의 의무경찰 부활 검토 발언은 발표 당일부터 논란이 됐다. 이에 다음날인 8월 24일 총리실은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총리실의 수습 노력에도 외부의 반대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8월 25일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도대체 국방부는 뭐 하는 것인가? 국방부 장관은 의무경찰로 다시 재편성이 된다면 장관직을 걸고 그만두라"라고 강하게 질책했고 이 장관은 "말씀 유념하겠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임을 확인했다.

이후 8월 31일 <경향신문>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를 인용, "지난 1월1일부터 현재까지 국방부, 병무청 간 공문 수발신 내역은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총리가 지난 8월 23일 발표 이전 및 이후에도 국방부, 병무청 등과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발표는 정책을 통해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섣부른 발표로 정부 내에서도 혼선을 일으키고 있는 한 총리가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항상 확정되면 발표하나"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정부의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한덕수 총리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 국방부 장관이 경질된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글쎄, 조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조치를 할 수 있을지"라며 "의견을 내야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것은 적절치 않고 제가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이미 국방부 장관 후임자로 후보 3명에 대한 인사검증에 들어갔다는데 어떤 정보도 없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제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동아일보>는 여권 관계자를 인용 "윤석열 대통령이 교체를 검토하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복수의 인물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방부 장관 교체 가능성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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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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