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운동본부)는 25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자체를 무력화해 경영자 책임을 물을 수조차 없게 만드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구체적으로 운동본부는 검찰이 '최고경영자(CEO)'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보지 않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뒤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는 없었으나 검찰이 최고경영자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하는 사례가 나온 바 있다.
앞서 지난 11일 울산지검은 지난해 5월 폭발사고로 하청노동자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에쓰오일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며 불기소했다. 대신 에쓰오일의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등 1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다.
같은 달 17일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4월 수리기사가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가 추락사한 사건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관한 조사를 받아온 LG 전자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의 대표이사를 기소하지 않기로 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또한 검찰은 사측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뒤집고 사고 원인을 해당 수리기사의 과실로 결론 내렸다.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간 경영계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선임하면 대표이사는 면책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에서 "법령에서 부과한 의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함으로써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며 "안전보건 담당이사가 선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대표이사)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검찰은 이러한 (경영계의) 주장을 뒤로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업 22곳 모두 경영책임자(대표이사)를 기소해왔다"며 "그런데 에쓰오일에 대해서는 종전 입장과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울산지검에 이어 서울동부지검에서 LG전자 자회사 하이엠솔루텍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고, 수사 결과 중대재해 원인을 노동자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사측의 과실이 있었다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뒤집고 노동자의 과실로 결론을 내린 서울동부지검을 향해 "관할 노동청에서 하이엠솔루텍 대표이사를 기소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검찰이 이를 뒤집은 것"이라며 "과연 이 나라 검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정부 여당 국민의 힘은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불필요한 '킬러규제'를 없애겠다며 내년 1월부터 확대 적용될 50인(억)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기업에 의한 범죄라는 전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시민사회, 산재재난 참사 피해 유가족의 투쟁으로 제정 된 법"이라며 "검찰이 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고 역할을 다하겠다고 한다면 말이 아니라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엄정 수사, 기소, 처벌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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