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군 당국 '외압' 밝힌 박정훈 단장에 가장 낮은 수위 징계 결정

김경호 변호사 "공정한 판단 위한 노력에 경의 표해"…박 전 단장 '항명' 혐의 판단에 영향 미칠까

해병대사령부가 고(故) 채 상병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외압이 있었다고 언론에 알린 것과 관련해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을 결정했다.

18일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오늘 징계 수위가 견책이 나왔다고 통보받았다. 징계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위"라며 "이 사건의 본질에 관한 깊은 고뇌와 독립적으로 공정한 판단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징계를 통해 파면 해임 등을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오늘 이런 결정을 받고 다시 한번 해병대는 살아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징계위 성명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한 부분은 독자적인 절차적 위법 사유"라며 "추후 행정소송으로 다퉈 취소를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있다"고 밝혀 해당 징계에 대해 법적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이날 오후 열린 징계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김 변호사는 박 전 단장이 지난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이후 이날 16시 10분부터 <KBS>에 출연해 질의응답을 한 행위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과 '국방홍보훈령'에 근거해 군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 형식적으로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 규정의 목적이 군사보안 보호와 대국민 신뢰 보호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박 전 단장의 기자들과 질의응답 및 방송 출연이 두 가지 모두에서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며, 실질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박 전 단장이 이들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전 단장에게 특정 인사들을 수사보고서에서 제외하라고 말한 것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박 전 단장이 언론에서 말한 이 내용이 '군사보안'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박 전 단장이 군사보안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대국민 신뢰와 관련해서도 "사망사건에서 사실을 은폐‧왜곡‧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군사법원법 2조를 무력화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대국민 신뢰를 추락시킨 것"이라며 "이 사건은 징계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병대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리면서 국방부 검찰단이 박 전 단장을 '항명' 혐의로 입건한 데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박 전 단장은 검찰단의 수사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 달라며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했고, 국방부는 이를 수용해 위원회 구성 및 소집에 착수한 상태다.

▲ 고(故) 채 상병 수사와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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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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