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노동자 형제 사망은 '지지대 없는 바닥' 공법이 문제"

건설노조 "'데크플레이트', 건설사는 선호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경기 안성시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친형제 사이인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는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건설 공법 보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건설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성 신축공사현장 데크플레이트 붕괴 사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리한 속도전과 위험한 데크플레이트 공법에 건설노동자는 산 제물인가"를 물었다.

데크플레이트 공법이란 지지대 없이 철근자재인 '데크플레이트'를 기둥에 용접으로 고정하는 공법이다. 고정된 데크플레이트는 건설노동자들이 공사기간 동안 높은 층에서도 서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하지만 데크플레이트는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콘크리트의 하중이 골고루 분산되지 않으면 가운데로 하중이 몰려 휘어지거나 부러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안성시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지지대가 없는 데크플레이트로 인해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9일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된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 모습. 이날 사고는 9층 규모의 건물에서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매몰된 2명은 베트남 국적 남성으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연합뉴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데크플레이트 공법은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는 선호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며 "무게 중심이 쏠리면 (지지대가 없어) 가운데 부분이 붕괴하기 때문에 가운데에 가지 않으려 하지만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불가피하게 데크플레이트 가운데 부분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데크플레이트 공법 사용을 즉각 중단하거나 이를 개선할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번 사고 현장은 하루 전날 안전점검을 한 현장"이라며 "산업안전법 관계법령이 정한 조치들이 준수 됐는지 노동부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차 타설 노동자 김용기 씨도 이날 회견에 참석해 " 현장에서 제일 불안하고 위험한 것은 이론상으로만 안전이 검증된 공법이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똑같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라며 "현장 경력자로서 위험 요소를 이야기 했을 때 '일하기 싫으면 그냥 집에 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하루 벌어먹는 일용직이다보니 저희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콘크리트는 생물같아서 굳혀지기 전까지 무거운 쪽으로 쏠리게 되고 데크플레이트 중간 자리만 아주 무거워진다"고 했다.

▲건설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성 신축공사현장 데크플레이트 붕괴 사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박정연)

김 씨는 "데크플레이트 붕괴의 99%는 이 현상(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가운데로 몰리는 하중) 때문"이라며 "이 붕괴가 무서워 못하겠다고 하면 팀이 교체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위험에 대한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단체를 찾다보니 노조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저희들은 데크플레이트 공법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의문점과 공법에 대한 다시금 추가 보강을 계속 요구해왔다"며 "데크플레이트를 고정하기 위한 용접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는 붕괴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크플레이트를 밟으면 콘크리트가 양생되기 전까지 울렁울렁하는 형태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철회하거나 지지대를 중간 지점에라도 추가 보강하는 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경기도 안성의 공사현장을 찾아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엄정히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사고 현장을 특별감독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