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오리들이 하루에도 수백마리씩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사람도 쓰러지는 상황인데 오리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최근 연일 이어지는 뜨거운 무더위에 농가들이 가축폐사로 시름에 빠졌다.
7일 오전 찾은 전남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의 한 오리 농가. 방역 없이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과 함께 입구에서는 희뿌연 물안개처럼 미세한 입자의 물줄기들이 발사되며 사방을 가득 채웠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햇볕과 시멘트 도로 열기로부터 오리를 지켜내기 위해 설치된 스프링클러 물줄기다.
줄지어 있는 오리 축사 내부에 들어서자 수천마리의 오리들이 떼지어 있었다. 무더위에 지친 오리들은 대부분 가쁜 숨을 내쉬고 일부는 목을 축이기 위해 급수기 호수에 부리를 연신 갖다 데고 있었다.
그나마 설치된 대형 환풍기들과 열을 내보내는데 용이한 햇빛 반사형 천장비닐덕에 내부 온도는 외부와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만 30년 넘게 오리를 키워온 임종근 한국오리협회 나주지부장(56)은 "축사 내부 온도를 내리기 위해서 한 시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물줄기를 분사해야 한다. 그래야 오리들이 탈진하지 않고 그나마 폭염속에 버틸 수 있다"며 "분사 후에는 젖은 땅을 말리고 습기를 제거하는 작업까지 해야 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가 10여개의 축사에서 사육중인 오리들은 모두 6만여마리. 대부분 사육한 지 17~24일 정도 지난 오리들로 지금이 생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사육 시작 후 42일이면 출하할 수 있지만 더위 등의 이유로 생육이 더뎌질 경우 출하일은 늦어지고 그만큼 폐사율 또한 늘어난다.
찜통과도 같은 날씨에 작업복과 장화까지 갖춰 입은 임 씨는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폐사한 오리를 들어 보이며 한숨만 내쉬었다.
임 씨는 "밤낮없이 돌봐도 하루 평균 100마리꼴로 폐사가 나오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며 "우리 농장은 다른 농장보다 시설이 좋은쪽이라 이 정도지, 다른 농장 같은 경우 하루에 300~400마리씩 죽어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긴 장마에 강력한 폭염이 13일 넘게 이어지면서 축산농가들은 농장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못할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에 13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가축 폐사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남도는 전날 기준 전남 13개 시·군 50개 농가에서 2만6387마리(닭 2만5050마리, 오리 1062마리, 돼지 275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추정 피해액만 1억5490만원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전남 영암이 9821마리가 폐사해 가장 큰 피해를 봤고, 이어 나주 8924마리, 영광 3550마리, 해남 1319마리, 담양 1264마리, 무안 1153마리 등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와 지자체들은 농가들의 폭염대응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 근무체계에 들어섰다.
전남도는 폭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 활동 강화·대응 대책 추진 ▲가축 폭염피해 예방 지원사업 추진(5개 사업·62억원) ▲가축 재해 보험 가입비 지원(100억원)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시·군 점검, 대응 요령 SNS 홍보 등 가축 폭염피해 예방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한 시·군·유관기관과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해 상황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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