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노인 폄하' 논란에 '대리 사과' 등 자세 낮춘 민주당

박광온 "특정 세대 상처주는 언행 삼갈 것"…대한노인회, 사과 촉구

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으로부터 촉발된 '노인 폄하' 논란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에 양이원영 의원이 동조하면서 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지도부와 의원들은 사태 진화를 위해 '대리 사과'에 나서는 등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혁신을 채찍질해야 할 혁신위가 당이 짊어져야 할 또 하나의 리스크가 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노인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며 "민주당은 특정 세대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 주는 언행을 삼가고, 모든 국민의 말씀을 겸허하게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세대 간 갈등 해소와 노년·장년·청년의 조화를 중요한 정책 기조로 삼아왔다"며 "기초연금 도입과 확대, 치매 국가 책임제 도입, 노인 일자리 확충, 경로당 냉·난방비 예산 확충 같은 많은 노인 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강화해왔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노인이라 부르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희생과 헌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국가가 어르신의 안정적인 생활과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자기 아들의 과거 발언을 전하며 이같은 의견을 "합리적"이라고 표현해 노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이어 양이 의원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옹호 입장을 펴 논란이 더욱 커졌다.

김 위원장은 결국 1일 오후 '인천 시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혹시 그것으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고 하면 유감"이라면서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양이 의원도 뒤늦게 "제가 쓴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면서 "나이 많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잘못 표현했다"며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당 내에서는 계파와 관계 없이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과가 아닌 유감만 표명했다며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인도 유감의 표시를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보다 명징하게 사과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저도 민주당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일이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서 매우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어 "혁신위에서 이런 논란이 자꾸 벌어지는 게, 혁신의 내용들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위 구성원들 발언이 더 논란이 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본연의 임무에 보다 더 충실하셨으면 좋겠다.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해서는 안 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면서 "본인이 전문적인 정치인이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사실 발언에 대해서 더 신경 써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특히 본인이 지금 해야 되는 역할과 기대되는 것(역할)이 있지 않나. 그러니까 조금 더 신중하게 발언을 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말씀하신 전체 전문을 보고 그 맥락을 보면 노인, 어르신들을 폄하하려고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저는 보고 있지만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충분히 그 점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보고 있고 본인도 사과를 하셨지만 혁신위에서도 '이거는 잘못된 발언이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임명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했고, 지난 달 16일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겨냥해 '당내 계파를 살려 정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해 친(親)이낙연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같은 달 20일에는 당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거듭된 설화는 향후 혁신위 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렇게 되면 혁신위가 내놓는 혁신안에 권위가 있을 수 없다. 이런 일이 없어도 혁신위가 권위를 갖기가 참 어려운 건데 설화로 논란이 생기면서 더욱 혁신안이 무게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징계를 해야 하느냐"면서 "혁신위는 현재 당 관련 혁신, 당 진로 문제에 대해 앞으로 더 좋은 안들을 내면서 그에 따라서 책임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대한노인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것이자 학대 행위"라며 김 위원장과 이재명 당 대표 사과를 요구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기초를 닦아 준 노인세대의 은공을 갚기는커녕 학대하는 행위"라며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자가 당을 망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반복하는 습관성 정당이 아닌가라는 허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동조 발언을 한 양이원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를 찾아와서 해명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해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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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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