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미만 사업장, 사각지대 넘어 범법지대"

직장갑질 119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 '해고·임금' 문제 겪어"

"단둘이 저녁을 먹자는 소장의 지속적인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됐습니다. 소장은 '데이트하자'는 말도 서슴지 않고 했고 강제로 불쾌한 신체적 접촉을 했습니다. 결국 성추행으로 고소해 벌금 500만 원에 처해지고 신상정보등록까지 됐습니다. 그러나 소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이라는 이유로 저를 해고한 상황입니다."(직장갑질 119 이메일 제보 사례)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되지 않아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해고·임금 문제를 겪는 등 생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30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이메일 제보(202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중복집계) 216건을 분석한 결과, 해고·임금 문제를 겪고 있는 147건으로 전체의 68%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인격권 침해가 100건(46.2%), 현행법 위반도 44건(20.3%)이나 되었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 금지(23조 1항), 해고사유 서면통지(27조) 등 법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 사업주가 30일 전 해고하겠다고 미리 알리거나, 30일 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앞서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1월 이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고를 당했다'고 답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8.3%로,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9.9%)의 두 배에 달했다.

또한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76조의 2)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를 해도 고용노동부의 구제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답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56.5%로, 300인 이상 사업장 41.9%보다 14.6%포인트 높았다.

직장갑질 119는 "5인미만 사업장은 법의 사각지대를 넘어 범법지대가 되었다"며 "정부가 정말 자영업자 피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임대료와 권리금, 가맹비, 대리점의 폭리, 플랫폼 이용 수수료 및 광고료 등에 대한 정책과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5인미만사업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신하나 변호사는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벌고, 더 괴롭힘을 당하고, 부당하게 해고된다. 근로조건의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5인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출근길 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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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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