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결국 영구 미제로... 대법원 무죄 선고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의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피고인은 지난 2020년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자신이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21년 8월 김씨가 해외에서 강제 송환된 뒤 제주경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주고법 제주 형사3부(이재신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피고인 김모(57)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주지역 폭력조직 전 행동 대원이었던 김씨는 1999년 8∼9월 신원 미상으로부터 3천만 원을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씨와 함께 이모 변호사(당시 45세)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와 손씨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는 등 2개월간 준비를 거친 후 실행에 나선 손씨가 같은 해 11월 5일 새벽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세 차례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후 김씨는 21년 만인 지난 2020년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자신이 1999년 손씨에게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말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사건 이후 캄보디아 등지에서 생활하던 김씨는 살인죄 공소시효(당시 15년)가 지났다고 생각해 범행을 자백했으나, 해외 체류 기간은 공소 시효가 정지돼 처벌이 가능한 상태였고, 김씨는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된 뒤 구속돼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공모자 중 일부만 범행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직접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을 묻는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공범 손씨가 지난 2014년 이미 숨진 상태였고, 사건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라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손씨와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했고,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행 실행 행위를 분담했다고 판단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1월 김씨의 방송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이 변호사를 혼내주라고 최초 지시했다는 폭력조직 두목은 당시 수감 중이었고, 살인을 직접 실행한 손씨를 어떻게 도피시켰는지에 관한 진술은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 본인 진술이라는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진술의 주요 부분과 맞지 않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섣불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해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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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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