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전쟁'인데 국토부가 '수서-부산 SR 편성' 줄이려는 이유는?

철도노조 "부산-수서 구간 줄여서 전라-경전-동해선에 투입?…수서행 KTX를 투입하라"

국토교통부가 9월부터 SRT 수서발 부산행 열차를 축소해 수서발 여수-진주-포항 노선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가운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지금도 예매 전쟁이 한창인 부산~수서 구간은 하루 4100여 좌석이 줄어든다"며 대안으로 KTX를 SRT 수서역에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

철도노조는 25일 서울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국토부발 '철도대란'을 두고 볼 수 없다"며 9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철도노조는 8월에 2차 준법투쟁을 시작하고, 서울-부산-대전-영주-순천 등 전국 주요역에서 실천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국토부가 9월 1일 부산-수서 SRT 열차를 축소해 전라-경전-동해선에 투입한다고 했다"며 "국토부는 여수, 진주, 포항 등 지역주민의 환승불편 해소 등 민원 해결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달았지만, 지금도 예매 전쟁이 한창인 부산-수서 구간에 하루 4100여 좌석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부산-수서 간 SRT 열차 운행을 축소하면서 전라, 경전, 동해선에는 SRT를 고작 하루 2회 운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예매 대란을 감수하고 수서-부산 SRT를 다른 지역에 편성한들, 하루 2회 운행이 증가하는 수준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SR이 보유한 32편의 고속열차 중 70%인 22편은 코레일로부터 임대한 열차다. 정기적으로 차량 점검이 필요한 철도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 32편 모두를 한 번에 운용할 수 없다. 따라서 새 노선에 SRT를 투입하려면 현재 운영 중인 다른 노선을 빼올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수서-부산행 차량이 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경부고속선을 운행하는 SRT 2편성과 정비차량 1편성을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예매 대란 외에도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철도노조는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투입 예정인 정비차량 1편성은 정비 주기를 조정해 정비를 생략하는 방안이라 열차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역사의 모습. ⓒ연합뉴스

철도노조는 대안으로 KTX를 투입할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그래야만 수서-부산간 좌석 축소 없이 "포항, 창원, 마산, 전주, 순천, 여수 시민이 서울 강남으로 환승 없이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철도노조는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수서행 KTX의 투입을 결정하지 않는 이유로 "KTX가 수서역에 들어갈 경우 10년 동안 국토부가 추진해 온 '고속철도 경쟁체제'가 그 명분을 잃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국토부가 '경쟁체제' 유지를 위한 명분을 잃지 않기 위해 예매대란 부작용이 확실시 되는데도 억지를 부린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는 "이 엉터리 경쟁체제를 유지해 이득 보는 세력은 바로 국토부의 '철도민영화' 카르텔뿐"이라며 "시민 편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퇴직 후 자리와 이권을 둘러싼 그들만의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을 볼모로 한 억지 경쟁체제를 존속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를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들은 "국토부는 무엇을 위해 무리한 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냐"며 "철도노조는 '시민 불편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수서 노선은 평일에도 예약하기 힘들어 2주 전 예약해야 할 정도인데, 국토부가 공론화 과정 없이 비밀리에 부산~수서 운행차량을 빼서 경전-전라-동해선에 투입해 부산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민민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운 철도하나로 운동본부 대표는 "국토부는 수서발 KTX 운행이 가능한데도 수서발 열차를 SR이 사실상 독점하면서 경쟁체제라고 억지로 우기고 있다"며 "이는 SR 주식을 매각해 민간사업자로 만들어 분할민영화 하겠다는 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철도 공공성 강화, 이용자 편익 강화, 철도 운영 효율성을 위해 KTX와 SRT를 통일하고, 수서행 KTX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10년전 철도노동자들은 철도민영화를 위한 SR 설립에 반대했지만 국토부는 철도산업에 경쟁체제가 필요하다며 SR을 출범시켰고, 우리는 10년 동안 SR 스스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는 철도 쪼개기를 강행한다면 철도노동자는 주저없이 총파업-총력투쟁의 장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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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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