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오히려 '행정독재' 우려"

노란봉투법 토론회에서 법학교수 "대통령 거부권 절제해서 행사해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행정독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의 정당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 토론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적극적 권한행사의 차원이 아니라 헌법적 책무성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절제하여 행사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국회 연구단체인 생명안전포럼 공동 주최로 열렸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우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택배기사, 학습지 선생님 등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되는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일부를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해 나라 경제를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본회의 직회부와 부의를 반대해왔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종철 교수도 "그동안 노동운동에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온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법과 간호법의 경우처럼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절제되어야 할 권한 혹은 책무성에 기반하여 소극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권한"이라고 밝혔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김 교수는 노조법 2조와 3조에 대해 각각 대법원 판례 등을 예시로 들며 개정 정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먼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에 대해 "이로써 그동안 직접적 노사관계에 있지만 형식적 법률관계를 내세워 노동쟁의를 불법으로 내몰던 부정의가 시정될 길이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이 신설부분은 종래 노조법상의 사용자의 범위에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시해온 대법원판례를 통해 인정되던 법리를 입법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측의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담은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문제시되어온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부진정연대책임의 법리를 완화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개정"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대법원도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들이 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판시를 통해 개정법률과 같은 취지의 전향적 접근을 통해 노동쟁의의 경우 부진정연대책임을 완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오히려 '행정독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거부권이 실체적 결정권이 아니라 절차적 중지권이며 그 정당성은 입법독재와 같은 거악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입법권을 대체할 수 없다"며 "오히려 거부권의 남용에 의해 입법권이 무력화되고 대통령의 '행정독재'가 초래되는 것을 민주공화제의 헌법원리들이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보부의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교수는 노조법 2·3조가 국가 경제에 해를 입힐 것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이 추구하는 노동기본권의 보장을 통한 노사관계의 합리적 정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국익에 합치하지 아니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오히려 헌법정신과 부합하지 않게 과도하게 기업친화적인 노조법의 조항을 개정해 국가의 적극적 기본권 보장의무를 보완하고 노사 정의를 회복시키는 입법이기에 헌법정신과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차동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2023년 노조법 개정안은 내용에 있어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법안 역시 가결을 위해 정돈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부당성 혹은 문제점을 언급하기 쉽지 않다"며 노조법 2·3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차 입법조사관은 "그저 원래 존재하여 왔던 내용, 현실에서 인정되는 내용을 법률로 확인하고, 극도로 부당한 사항을 단지 법률이 보호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법률 중 불법쟁의행위 중 발생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것도 없고, 쟁의행위 정당성 판단 요소를 완화한 것도 없는, 그저 필요 최소한에 그치는 개정안으로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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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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