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 '코뮌'에서 해법 찾은 프랑스, 한국도 가능하다

[저출산과 지방소멸 극복, 해법은 있다] 中

합계출산율 0.78. 한국의 저출산율은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상황이지만, 입체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회의를 주재했지만, 파격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문화인류학 박사인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 전국민회 상임의장이 5년의 연구 끝에 저출산과 지방소멸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인구절벽에 처한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짚고 저출산 극복 모범국가인 프랑스의 성공사례를 소개, 저출산 문제를 지방소멸 문제와 연결 지었다.

저자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4월 '2023년 한국행정학회 춘계학술대회' 제3회의 제4분과 '지방소멸과 정책적 대응:풀뿌리 분권자치제도 도입방안'에서 발표했으며, 이를 상·중·하 세 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분권자치국가 행정체제와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 성공요인

아이 기르기 최악의 체제인 능력주의 중앙집권 행정체제에서의 저출산대책은 아무리 많은 예산을 퍼붓는다 해도, 그것은 청년들이 놓인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새 발의 피이고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023년 1월 5일 출산과 연계해 대출금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결혼하면 4000만 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로 전환하고,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원금을 전액 탕감해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예산만 소진할 뿐 저출산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류의 접근은 수요자 중심의 인간 본위적 접근이 아니라 가축사육업자가 가축을 많이 출산시키기 위해 사고하는 패턴의 마인드나 비즈니스 모델에 가깝다. 그래서 결혼적령기 청년들이 "우리가 가축이냐?"라며 반발하였던 것이다.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가축 사육업자식으로 사고를 하지 않으며 행동하지 않는다. 젊은이가 결혼하여 출산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일자리'이며, 그다음에는 아기와 부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과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육아현장인 '마을환경'이다. 신혼부부들이 공동체 육아가 가능한 마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한테 양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해주는 싱가포르식 주택정책, 사교육에 부모의 등골이 빠지고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부담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 무상교육 정책, 육아의 현장인 읍면동 단위 마을교육공동체 형성, 마을자치와 관련있는 분권자치국가 행정체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25여 년 전부터 한국처럼 저출산율 때문에 고민하였으나 이제는 저출산 극복 모범국가가 된 프랑스의 성공사례를 살펴보자.

2020년 OECD 38개국의 평균출산율이 1.59인데, 프랑스는 1.8의 적정 출산율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가 저출산극복 모범국가가 된 요인은 무엇일까?

➀ 가족수당이라는 이름의 다단계 출산보육수당 정책

➁ 아이 많이 낳는 문화권(아프리카·중동 등)출신의 이민자수용정책

➂ 1999년 시민연대협약(PACS)제도기반 비혼동거자녀 차별 철폐(프랑스는 비혼출산율 62%이고 한국은 2.4%)

➃ 영유아부터 대학까지의 무상에 가까운 교육시스템

➄ 가족주의 공동체 문화와 지역 코뮌자치 시스템의 융합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저출산극복 성공요인을 보면 위의 ➀➁➂➃요인은 저출산극복의 직접적 효과를 가져오게한 요인이고, 다섯번째 ➄요인은 저출산극복의 간접적 효과를 가져오게한 요인이다. 다섯번째의 '가족주의 공동체문화와 지역코뮌자치시스템의 융합' 요인은 프랑스의 중앙집권국가 행정체제와 풀뿌리 직접민주주의 코뮌(마을공화국) 체제와 결합되어있다. 이러한 요인은 ➀➁➂➃의 정책이 성공할 수 있게하는 요람이자 뒷받침의 역할을 하였다. 프랑스의 시의적절한 분권자치체제 구축이야말로 저출산 관련 제반 정책의 수용성과 효과성을 매우 높여주었던 것이다. 프랑스는 저출산 극복의 직접적 정책과 간접적 정책을 종합적으로 잘 배합하여 추진한것이 성공의 핵심요인 이었음을 볼 수 있다.

프랑스는 분권자치 시스템이 잘 배합된 중앙집권국가인데, 다음과 같은 4층 단계의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➀ 레지옹(한국의 광역시도 3-4개를 합친것과같은 매머드광역행정단체)

➁ 데파르트망(한국의 광역시도규모의 지방자치단체)

➂ 아롱디스망(한국의 시군구급 자치단체)

➃ 코뮌(인구500여 명이 보통이며 ,한국의 읍면동 단위 수준의 기초단체)

위와같은 구조의 프랑스는 4층단계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행정기관겸 지방자치단체역할을 겸하여 추진한다. 레지옹·데파르트망·아롱디스망(캉통)·코뮌 모두에 정부가 지방행정기관장을 임명하여 국가사무를 관장케하고, 자치단체의 고유사무는 선출직의원으로 구성된 지방의회 의장이 관장한다.

프랑스는 중앙집권 단일국가임에도 불구하고 2003년부터 지방분권을 헌법 제1조 제4문에서 천명한 이후 지방분권과 자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갔다. 이러한 프랑스 분권자치의 특징은 지방행정체제의 광역화와 코뮌협력체의 현대화와 효율화라고 볼 수 있다.

ⓒ연합뉴스

농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에코메갈로폴리스 연방국가

기존의 한국의 국가행정체제는 농산어촌과 지역을 희생시키고, 대도시를 키우며 고도성장을 지원하고 고효율을 조직하는 체제였다. 즉 산업화시대의 국가행정 체제는 고출산과 고도경제성장의 시대에 최적화된 성장중심의 중앙집권 행정체제였던 것이다.

지금 한국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0.78이라는 극단적인 저출산율과 초고령사회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멸절의 벼랑끝으로 내몰릴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기존에 걸어왔던 길과는 거꾸로 저출산율과 저성장시대에 최적화된 성장과 복지(분배)의 선순환체제로 국정의 방향을 전환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 방향전환의 내용은 저출산극복을 위하여 농산어촌을 청년들의 유토피아존(Utopia Zone)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비롯하여 국가행정체제의 근간을 아이기르기좋은 환경에 최적화된 풀뿌리 마을자치 기반의 분권자치 행정체제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도래하는 초록문명생명사회와 저성장 수축사회에 대응하는 급진적인 자치분권의 기획과 새로운 혁신적 국가론이 필요하다. 그것은 전국 3500개 읍면동 마을공화국 네트워크와 초광역 지방정부를 기반으로한 도농상생 에코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연방국가론이다. 이는 수도권 부동산 기득권체제에서 지역분권 경제민주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한다.

한국은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국토전체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좁은 국토전체를 대도시-중소도시-농촌을 연계융합시키며 농촌을 도시의 정원으로 만드는 초록문명생명사회(네오수렵채취농업문명사회)의 에코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 개념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란 거점대도시를 중심으로 점(點)으로 나누어지는 주변의 도시들과 지역들을 강력한 교통과 통신인프라로 묶어 띠모양의 거대도시군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농촌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한국이 헬조선 사회라는 깊은 중병에 들고 '지방소멸' 증후군이 나오게한 핵심원인은 농산어촌 붕괴와 공동체의 해체이다. 그러면 농촌붕괴를 기반으로 몸집을 키운 과밀화된 수도권은 행복한가? 결코 그렇지않다. 또한 부동산문제등 수도권도시안에서의 문제해결의 돌파구도 보이지않는다. 농촌을 살리지 않고는 도시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여 농촌을 살려내야만 도시의 문제는 물론 농촌의 문제도 해결된다.한국의 헬조선사회 극복은 농촌과 마을공동체의 부활 그리고 이와 연계된 지역자립의 마을공화국체제구축 그리고 이에 기반한 수도권도시의 재구조화와 리모델링에 있을것이다.

도농상생 에코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 연방국가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던 '강소국 연방제'의 문제의식과 구조 및 내용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도농상생 에코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 연방국가는 다음과 같이 직접민주주의 마을공화국과 분권자치 그리고 다가오는 제4차산업혁명기반의 초록문명생명사회에 부응하는 국가론이라는 점에서 그 차원을 달리한다.

도농상생 에코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연방국가는 다음의 세가지를 주요내용으로한다.

첫째는 주민자치와 사회적 경제가 어우러진 풀뿌리 마을공화국네트워크를 기반으로하는 마을공화국연방국가이다.

둘째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농촌이 연계융합되어 농촌이 도시의 정원처럼 도농 상생하며 발전하는 에코메갈로 폴리스(Eco–Meg alopolis)의 연합체 즉 에코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 연방국가이다.

셋째는 도시와 농산어촌이 교류상생하며 문화예술과 융합하는 '15차융복합 창의산업' 기반의 초록문명생명사회 국가이다.

이 연방국가(약칭)는 지역균형발전과 실질적 경제민주화을 위해서 '혁신마을공화국'의 건설,농촌과 대도시를 넘나들며 살 수 있는 듀얼라이프(Dual Life)정책과 농산어촌거주민 기본소득제, 서울대등 국립대와 공무원의 100% 지역균형 선발제. 농산어촌 자녀들의 대학까지 무상교육. 농산어촌 군병역 대체복무제·국가예산의 3500개 읍면동 마을공화국(마을자치정부)으로의 분권재정과 국공유재산의 마을기금제등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노무현 정부때 시행한 혁신도시건설처럼 '혁신마을공화국'의 건설이 매우 중요하다.현재 공동화된 농촌을 혁신하고 새로운 네오수렵채취농업문명사회형 농촌을 건설하려면, 대대적인 귀농귀촌물결과 함께 '혁신마을공화국'건설의 마중물로서 소규모 중앙정부기관의 농촌지역 읍면동으로의 대대적 이전도 깊이 검토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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