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테니 애 낳아라? '저출산 해법'이 청년을 더 힘들게 한다

[저출산과 지방소멸 극복, 해법은 있다] 上

합계출산율 0.78. 한국의 저출산율은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상황이지만, 입체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회의를 주재했지만, 파격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문화인류학 박사인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 전국민회 상임의장이 5년의 연구 끝에 저출산과 지방소멸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인구절벽에 처한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짚고 저출산 극복 모범국가인 프랑스의 성공사례를 소개, 저출산 문제를 지방소멸 문제와 연결 지었다.

저자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4월 '2023년 한국행정학회 춘계학술대회' 제3회의 제4분과 '지방소멸과 정책적 대응:풀뿌리 분권자치제도 도입방안'에서 발표했으며, <프레시안>은 이를 상·중·하 세 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세계는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급기야는 기후재앙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이다. '인류가 이룬 화석문명과 지구생태계 사이의 모순'이 대멸종을 예고하는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적으로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그 증좌이다. 2022년 9월 18일 자 <연합뉴스>는 '파키스탄 홍수피해 심각…사망자 1500명 넘어'라는 기사를 통해 파키스탄 홍수 피해의 위중함을 알렸다.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인구의 약 15%가 수해를 입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파키스탄 홍수는 지구온난화의 피해이자 기후변화가 낳은 자연재해이다.

복합위기에 처해있는 세계, 그 극복의 길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와 더불어 불평등위기와 지역(공동체)위기라는 복합위기에 처해있고, 지구는 재야생화(Rewilding Earth)가 새로운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 길은 지구문명의 재건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의 재난과 불평등위기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는 지역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문명을 재건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재야생화되는 지구에 걸맞은 사회상을 그려가며 지역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리라!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회복력 시대>에서 재야생화되어 가는 지구를 통찰했다. 이러한 지구상황은 첨단기술과 결합하며 네오수렵채취농업 문명과 탈성장 성숙사회를 만들어낼것인바 이에 걸맞은 서사적 사회상으로서 필자는 초록문명생명사회(Eco-dream Society)를 제시한다.

지역에서부터 복합위기를 해결해 나가고 지역에서부터 초록문명생명사회를 건설해 나가려면, 이를 감당해 나갈 주체의 정치공동체를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정치공동체는 해체된 마을과 지역공동체의 고차원적 회복과 재건축으로부터 비롯될 것인데,그 정치공동체의 상(象)은 읍면동 단위의 마을공화국(Basic Republic)일 것이다.

지구문명 재건축의 과제는 먼저 이러한 풀뿌리 정치.경제.사회 단위인 마을공화국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직접민주주의 민치(民治)와 대의민주주의 통치(統治)가 이중적으로 구동되는 자치분권 협치국가인 마을연방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일일 것이다. 나아가 이들을 기반으로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을 건설하는 일이 최종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단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시점에서는 중층적으로 공진화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현재 인류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미증유의 위기는 복합적인 것이기에단일 국민국가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선량한 시민들의 개별적인 각성과 실천이나 기존의 정치·경제 체제 아래에서 부분적인 개량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은 헛수고가 될 공산이 크다.

인류문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삼고, 마이크로 커뮤니티(마을공동체와 마을공화국)에서부터 매크로 커뮤니티(마을연방민주공화국과 마을공화국 지구연방)까지 중층적인 차원에서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지점에 와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저출산 인구절벽 위기의 한국, 위기 상황과 그 원인

눈을 국내로 돌려 생각해 보자!

2023년 2월 22일 통계청이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서 발표한 한국의 출산율이 0.78이다. 현생인류 10만 년이래 이런 출산율은 초유의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재 한국의 저출산 인구절벽의 상황을 일컬어 '국가멸절의 길에 들어섰다'라고도 하고, '북한의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재앙을 맞이하고 있다'라고도 한다.

2월 22일 자 <중앙일보>는 '한국 출산율 0.78…서울 0.59 더 쇼크'라는 기사에서 머리말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대학생과 군인이 줄고, 퇴직자의 연금을 대느라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게 다 저출산 때문이다. 출산율 '세계 꼴찌' 한국의 저출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농산어촌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초등학교가 폐교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20여 년 전에 들렸다. 지역과 지방이 소멸한다는 이야기도 10여 년 되었다. 그런데 이제 서울 한복판의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모집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농산어촌이 공동화되면 배후의 지역도시가 소멸하고, 급기야 대도시도 폐허가 된다고 하는 문명사의 공식이 저출산 문제로 인하여 우리 앞에 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 놓고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국정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일본과 미국의 출산율은 각각 1.3과 1.6이고 OECD 38개국 평균 출산율 역시 1.6명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의 반토막으로서 세계 최하위 꼴찌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저출산 위기 담론에 대해서 지구 생태계 위기론이나 한국 인구 과밀화론 등으로 반론을 펴는 논자들도 있다. 그런데 한국의 출산율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는 것은, 극단적 저출산과 극단적 고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는 세계 유일무이한 최초의 나라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해결의 해법을 참조하고 벤치마킹할 데가 없어 우리 스스로 창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급격한 초고령화사회는 고령층 부양으로 청년들의 등골이 휘게 될 것임으로 청년들이 아이 낳기를 더 기피하는 저출산의 악순환을 더욱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유럽 형의 연착륙적인 인구감소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저출산 인구격감 유형은 자칫 잘못 대응하면 국가의 역동성과 활력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축붕괴 사회와 경제의 사막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의 인구 문제는 이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를 치달리고 있다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면 한국이 이렇게까지 저출산 인구절벽의 위기 국가가 된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는 수도권 인구 초과밀화 현상과 맞물린 승자독식 무한경쟁 사회임을 들 수 있다. 인구학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출산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온 청년들은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더 경쟁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게된다. 내 몸 하나라도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채, 자기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 청년들에게 '돈 줄 테니까 애를 낳아라'라고 한다면 이것은 청년들을 더 힘들게 하는 꼴이 된다.

둘째는 사회적 자본(경제)와 공동체를 해체시킨 약탈적 자본주의로 인하여 각자도생 모래알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독박육아'가 가능한 사람은 아이 기르는데 필요한 모든 일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금수저 집안 출신 청년뿐이다.

금수저 출신이 아닌 청년들에게 육아수당을 많이 주고 출산휴가 기간 늘려준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16년 동안 280조를 퍼부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저출산율 0.78로 세계꼴찌(2020년 OECD 38개국의 평균출산율 1.59)이다. 이에 대한 2023년 2월 22일 자 <SBS 뉴스> 기사 '한국 출산율 0.78 또 역대 최저…280조 어디 썼나 보니'는 출산과 육아 등에 집중됐던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근본적 해법이 아닌 표피적 해법이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 [저출산과 지방소멸 극복,해법은 있다] 中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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