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나토 가입, 그들 안보에도 도움 안 된다"

미국의 집속탄 제공에 러시아 외무부 "민간인 살해 걱정하지 않는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했다.

13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방송인 <로씨야 24>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강화시키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오히려 세계를 취약하게 하고 국제사회 긴장을 더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말해왔다"며 "특별 군사 작전의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따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국가는 자국의 안보를 보장하고, 자국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고려할 것이 있다며 "한 국가의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다른 국가를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래 기술 포럼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절차가 개시될 경우 회원국 활동 계획(MAP·Membership Action Plan) 절차를 면제해준다는 합의가 발표된 이후 나왔다.

MAP는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에 대해 정치, 경제, 국방 등의 분야에서 목표를 제시하고 이것이 실행됐는지를 평가하는 절차다. 이 절차는 길게는 수십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 시간을 단축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실제 핀란드의 경우 이 절차를 면제받아 가입 신청 뒤 1년 만에 나토 가입이 마무리됐다.

우크라이나가 신속하게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인데, 러시아와 전쟁 종료 이전에 가입을 희망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터무니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나토 가입국인 서방의 주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달래기 위해 살상무기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챌린저2 전차 탄약 수천 발 및 전투 및 군수 차량 70여 대 지원을 포함해 5000만 파운드(한화 약 845억원)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밝혔고 프랑스는 사거리 250km 가량의 장거리 미사일인 스칼프(SCALP) 순항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독일 역시 레오파르트 전차 25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 장치 등 7억 유로(한화 약 1조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서방의 이같은 지원 내용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그들(공급된 미사일)은 피해를 입히지만, 이러한 미사일의 사용으로 전투 지역에서 중요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집속탄이 민간인들에게 끼치는 위험을 알고 있다. 그것이 특별 군사 작전 동안 그것들을 사용한 적이 없는 이유"라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이 이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비례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자카로바 대변인은 미국의 집속탄 제공에 대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비난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의 행태에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집속탄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러시아에 최대의 전략적 피해를 입히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일반 군수품 비축량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그래서 비인간적인 종류의 무기들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그들의 범법 행위의 결과로 살해된 민간인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수십~수백 개의 작은 폭탄이 들어 있는데, 폭탄이 폭발하는 순간 작은 폭탄들이 퍼지면서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초토화시키는 성질이 있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집속탄을 사용하면 민간인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123개국은 지난 2008년 집속탄 사용, 생산, 비축,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오는 17일로 기한이 만료되는 흑해곡물협정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를 위한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흑해곡물협정은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맺은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협정은 체결 이후 세 차례 연장됐는데, 협정 체결 당시 합의한 러시아산 곡물 비료 및 수출 허용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있다.

12일 유엔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협정 연장 방안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 다시 연결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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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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