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선택적 '카르텔 몰이', 법조·권력 카르텔은 놔두고?

[최창렬 칼럼] 文정부 '적폐청산' 전철 밟는 尹정부 '카르텔과의 전쟁'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정권이 내세웠던 구호다. 우리사회의 문제의 핵심을 지적한 촌철살인의 당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과 정의로운 결과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적폐'라는 단어가 문재인 정권을 관통하면서 이를 위한 칼로 윤석열 검찰이 등장했지만 문 정권은 '조국 사태'로 기회의 불평등과 과정의 불공정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면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보수진영에게 내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윤석열 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집권 측의 행태는 결코 공정하거나 상식적이지 않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이 과도한 수사로 보수의 반발과 증오를 샀듯이 윤 정권의 지난 정권에 대한 전방위의 수사는 문 정권의 적폐청산을 연상케 한다. 문 정권의 데자뷔 그 자체다.

과오나 비리에 대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가도 단죄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바로 공정과 상식이다. 그러나 수사대상이 특정 진영에게만 집중되고 선택적인 수사가 계속된다면 사법의 정의는커녕 정치의 피폐화만 불러 올 뿐이다. 이는 이미 문 정권 때의 왜곡된 적폐청산 수사에서 경험했다.

윤 정권은 왜 5년만의 진보정권 조기퇴진을 초래했던 과정의 전철을 밟으려 하는가. 문 정권 적폐수사가 의도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방향으로 가면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론'은 허망한 신기루에 불과했다. 지금 윤 정권은 또 다시 지난 정권이 실패한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닌지 성찰하고 반추해 보아야 한다.

작금의 윤 정권의 키워드는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이다. 카르텔과의 전쟁은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그러했듯이 그 자체로서 정당성과 정의를 내장하고 있다. 목표는 훌륭하다. 그러나 카르텔과의 전쟁을 전방위적으로 치르려면 선택적으로 목표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에 깊숙이 드리워져 있는 각 영역의 카르텔을 혁파하는 것은 특정 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구조적 기득권을 깨고 공정과 정의를 세워나가는 지난(至難)한 일이다. 일시적으로 그치거나 지난 정권을 의식하여 정치적 목적이 개재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지난 정권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졌던 '운동권'을 지칭했던 '카르텔'이란 단어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이익 카르텔을 없애려면 국민이 공감하는 핵심 카르텔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와 관행을 혁파해 나가는 전략과 철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카르텔과의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우선 대통령이 특정 세력을 '카르텔'이라고 지칭하면 여당 의원들의 엄호 발언이 나오고, 해당 부처와 사정기관이 동원되는 구조다.

최근의 '킬러 문항'과 관련한 사교육 카르텔을 도려내려면 단순한 수사로 될 수 없다. 왜 사교육이 만연하는가에 대한 기본 구조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권력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4세 영아가 들어간다는 영어 유치원(영유)에 들어가기 위해 만 3세부터 또 다른 사교육을 받는다는 기가 막힌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유나 영유 입학을 위한 학원 관계자들은 이권 카르텔인가 아닌가.

그리고 거대한 규모의 법조 카르텔, 공직에 관련한 기관에 종사했던 이들과 관료들의 전관예우는 기득권 카르텔이 아닌가. 정부에 종사했던 고위공무원들의 산하기관의 장과 간부직 진출, 이른바 낙하산 인사, 대통령 참모의 정부 진출과 국회의원 공천과 기득권 집단의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는 모든 정권에서 이권을 뛰어넘는 권력 카르텔이지만 이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없다.

이러한 부문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치(精緻)한 제도적 혁파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느 계층에게나 압도적인 공감과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총선과 다음 대선 승리도 낙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윤 정권의 카르텔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먹이사슬 구조인 법조와 관료 카르텔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비록 1년 남짓한 정권이지만 중도와 시민 평균의 눈높이 보다는 극우 성향과 과거 보수정권의 인재풀에 갇혀있는 듯한 인사가 국민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던 길을 가고 있다. 대체로 30%대에서 횡보하는 국정수행 지지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래도 문 정권 출범 1년 전후에는 지지율은 지금보다 높았다. 정권 1년 남짓 시점에서 총체적인 점검 없이는 정권은 성공하기 어렵다. 카르텔과의 전쟁을 보다 근원적인 면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