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영아 유기,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지경이라면…

[국회 다니는 변호사] 보호출산법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최근 영아 유기와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을 한 번 정도 다루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친부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했다 덜미가 잡힌 반인륜적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소위 천륜(天倫)의 관계인데,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냉장고에 넣어놓다니요.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면, 사회에 그 책임을 차라리 넘기고 본인의 친권을 포기하면 좋았을 것입니다.

(별론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친부모가 자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입양밖에 없습니다. 사인 간 입양이 아니고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사회적 입양에 대해서 책임을 집니다)

아이를 출산하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경과한 후 생계 등을 이유로 아이를 버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를 출산한 직후 아이를 버리는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생후 즉후 버려진 아이는 생존력이라고는 '0'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 하루만이라도 방치하는 경우에 아이는 여러 모로 보아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가 적어도 유기되어 죽는 것만은 막고자, 민간의 사회복지단체·수녀원 등에서는 '베이비 박스(Baby Box)'를 운영해 왔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버리더라도, 그 아이를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것이었죠. 부모가 사회복지단체 앞의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넣어두면, 사회복지단체 등은 버려진 아이를 받아 양육을 책임지게 되지요. 버려진 아이에 대한 책임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민간의 사회복지단체가 떠맡는다는 것이 영 선진국으로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 일입니다.

다만 이 베이비 박스는 상당히 효과를 거두긴 했지요. 베이비 박스가 민간에서 운영되고 나서, 전체 영아유기 건수 중에서 베이비 박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부모가 양심은 버렸을지언정, 아이의 생명에 대한 마지막의 책임까지 버리지는 않게끔 한 것이죠.

하지만 베이비박스도 민간의 자선에 의해서 운영되는 미봉책일 뿐, 영아유기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가 모든 아이의 출생과 양육에 대해 책임을 져야지, 민간의 기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친모가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에 병원을 비롯한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데, 그 조력자가 간접적으로 그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보건당국에 의무등록하게 하는 거죠.

다른 하나는, 아이를 출산하기는 했는데, 그 부모가 아이를 도저히 키울 수 없겠다고 판단한다면 국가가 아이를 대신 키워줄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거죠. 산모의 모성(母性)을 보호해주고, 산모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전자를 '출생통보제'라 하고, 후자를 '보호출산제'라 합니다. 전자는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누락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게 한 것이죠. 물론, 의료기관들의 반대는 있었지만(의료행정 부담 가중을 이유로), 본회의에서 가결되었습니다.

다른 한 축인 보호출산제는 아직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따로 떨어질 수 없는데, 출생통보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지연처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에서는 '모든 아이는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고, 출생시부터 성명권, 국적취득권을 갖는다'고 하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합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홍길동의 가장 큰 슬픔은 호부호형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닙니까?)

보호출산제의 핵심은 위기에 놓인 임산부와 아동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임산부가 겪을 고통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무책임하다고 임산부를 비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모든 아이의 양육책임은 1차는 친부모가, 최종으로는 국가가 갖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 부모를 보호해주고, 책임으로부터 면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합법적인 제도를 통해 국가에 양육책임을 위탁한 부모에게 영아유기죄의 책임을 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담을 해주고, 출산과정까지 여러 모성을 보호할 수 있게끔 혜택을 주고, 아이의 향후 정신·육체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적 요소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출생연월일, 출생장소를 비롯해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성년이 된 이후에 말이죠.

또한 부모가 마음을 돌이켜, 아이에 대한 양육책임을 져야겠다고 하면, 다시 그 권리(친권)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게는 해줘야겠죠. 물론 그것도 다른 부모의 양육이 개시되어서, 아이와 '생부모'가 차단될 필요성이 있다면 허용할 수는 없겠지요.

보호출산제는 이러한 국가의 책임과 부모의 면책, 모성과 영아의 보호를 규정한 법입니다. 더 이상 국가가 영아유기를 방치해서는 안 되겠죠. 한 때 우리는 '영아 수출국'이라는 오명까지 받았던 나라입니다. 아직도 국내외 입양건수가 연간 700여건 가량이나 됩니다.

이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지요. 유기영아가 자라나, 부모도 모르고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일은 막아야지요. 입양인들의 가장 큰 슬픔은 부모도 나라도 나를 버린 것에 대한 슬픔, 그리고, 그 부모를 다시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아픔이라고 합니다.

이번 보호출산제법안이 7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될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선진국은 국가가 개인의 삶을 세심히 보듬는 데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유사한 제도를 이미 두고 있습니다. 처벌이 아닌 혜택으로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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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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