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 중증 장애인 종사자, 압정 박힌 손목 보호대로 인권 가해

시설 폐쇄 논란 중증 장애인 시설 무슨일 있었나① 압정 박힌 보호대... 코로나19 땐 출입문에 대못

제주시 한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에 근무 중인 일부 종사원들이 자신들이 보호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는 해당 시설에 대해 행정 폐쇄를 고심 중이다.

▲장애인 휠체어.ⓒ프레시안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S 시설은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총 4차례의 인권침해 사례가 적발돼 인권위로부터 재발 방지 등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최근 3년간 시설 거주자에 대한 부당한 체벌, 폭행, 학대 등 인권침해가 3번 이상 발생한 경우 관할 행정 당국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시설 폐쇄 조치할 수 있다. 

제주시와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인권 침해 판정을 받은 4 차례 모두 이곳에 근무중인 종사자가 입소 중인 장애인들을 학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인권 침해 사례는 지난 2021년 압정 박힌 손목 보호대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당시 생활재활교사로 재직 중이던 A 씨는 2021년 10월 29일 해당 시설에서 거주 중인 자폐성 장애인이 종사원의 손목을 계속해서 잡아당기는 행동을 반복하자 압정이 돌출된 손목 보호대를 직장 동료 교사인 B 씨에게 건네주며 사용을 권했다.

B 씨는 같은 날 오전과 오후 2회에 걸쳐 압정 박힌 손목 보호대를 사용했다. 이날 A 씨는 또 다른 동료 교사인 C 씨가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 깁스 한 손목 사진을 올리자 카카오톡 대화방에 '난 어제저녁 출근하자마자 C 씨 팔을 보고 손목 아대를 찾아서 총본드로 압정을 박아놨어.. 손목 잡을 때 따끔하면 본인도 자제할까 싶어서... ㅠ'라는 메시지를 남겨 자신이 압정 보호대 제작자임을 시사했다.

압정 손목 보호대를 착용한 B 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A 씨가 예전에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유사한 형태의 인권침해가 처음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S 시설은 지난 2021년 12월 23일 A 씨와 B 씨를 파면 조치했다. B 씨는 사용자 측의 조치로 퇴사했으나 B 씨는 파면 처분이 부당하다며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B 씨의 파면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자 측이 추가로 제기한 '장애인들에 대한 폭행, 상해, 정서적 학대 행위'는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 'A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징계사유 일부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징계 절차에 하자는 없으나 징계양정이 과하므로 징계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제주시 역시 장애인복지법 제62조 제1항에 의거 지난 2021년 12월 3일 장애인 거주시설의 종사자로서 거주 장애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힐 수 있는 방어 도구의 제작 및 사용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및 학대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1차 개선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S 시설에서 내린 3개월 정직 후 복귀한 뒤 종사자들로 구성된 노조에 가입해 근무 중이다.

2차 인권침해는 지난 2021년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와 행정 당국의 미숙한 대응에서 비롯됐다.

S 시설에는 총 38명의 중증 장애인이 1층(00실). 2층(00실. 00실). 3층(00실. 00실) 등 5개의 생활실에 각각 6명~8명이 배치돼 거주하고 있다. 또한 각 생활실 내부는 4개의 방과 화장실, 거실로 분리돼 있다.

2차 인권침해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022년 3월 28일 오전, 1층 00실에 거주 중인 여성 이용자가 외부로 나가려고 하자 담당교사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00실 출입문에 잠금장치 설치를 사무국에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 시설에선 이용자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교사 8명도 양성으로 확인됐다. 1층을 제외한 2층과 3층 생활실이 코로나19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사무국은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와 제주시청 주무 부서와 상황을 논의했다. 국가인권위와 제주시는 ‘사정은 이해한다. 자체적으로 판단하되 인권과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철저하게 대비하라'는 자체 대응을 주문했다.

사무국과 인권지킴이 내부 단원은 00실에 여성 이용자를 남겨둔 채 출입문 외부에 구멍을 내고 못을 박아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잠금장치는 2022년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이어졌다. 사무국 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잠금장치가 진행되는 동안 화재에 대비해 거실에 소화기를 배치했고, 인권 보호를 위해 거실에 교사가 상주할 때만 잠금장치를 사용해 필요시 밖에서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와 제주시는 피해 장애인의 불편함과 위험성이 고려된 감금 및 신체적 학대로 판단해 시설장 교체 처분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동일 시설에서 2차에 걸친 장애인복지시설의 회계 부정이나 시설 이용자에 대한 인권 침해 등 불법 행위, 그 밖의 부당행위 등이 발견될 때 시설장 교체를 명할 수 있다. 다만 잠금 장치를 설치한 사무국장과 인권지킴이 내부 단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고려해 추가 징계는 내리지 않았다.

S 시설 관계자는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위급했고, 국가인권위와 제주시에 이에 대한 조치를 요청한 후 잠금장치를 설치했다"며 "2차 인권침해에 대한 행정 조치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S 시설에서 잇따른 인권침해 사례가 적발됐으나 해당 시설에 남아 있는 가해 종사자들의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S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당 시설에서는 인권 학대 가해자가 피해자의 생활실에 근무 배치됐다.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이용자가 자신을 학대한 가해자가 근무 배치될 경우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입소 보호자가 근무 배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항의한 사례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제주시가 S 시설에 내린 업무 지침은 더욱 위험이 뒤따른다. 제주시는 지난달 19일 생활실 근무자 배치 관련 업무 지시를 통해 "현재 많은 종사자들의 퇴사했으나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생활관 야간근무에 어려움이 초래된다"며 "부득이 근무 조정이 불가해 종사자가 이성 이용자 생활관에 근무해야 할 경우 밀접한 신체 접촉이 없는 단순한 돌봄은 허용해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남자 장애인 생활실에 여자 생활재활교사 근무 배치를 허용한 것으로 저녁 시간 동안 남자 이용자들이 샤워 등 개인 활동이 여과 없이 노출돼 또 다른 인권침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S 시설은 지난 4월 제주시에 자진 폐쇄 신청서를 내고 오는 8월 1일부터 운영 중단을 통보했다. 하지만 제주시는 거주중인 장애인들의 전원 계획 미흡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이와 함께 자진 폐쇄를 강행할 경우 강력한 행정 조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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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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