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호 혁신위' 20일 출범…역할 놓고 당내 갑론을박

'돈봉투 사건 만들어졌을 수도' 발언 놓고 "실체적 증거 부족하단 얘기" vs "섣부른 입장 발표 부적절"

더불어민주당의 쇄신을 이끌 당 혁신 기구가 20일 본격 출범한다. 이재명 대표가 '이름부터 역할까지' 전권 위임을 약속한 데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는 등 쇄신 길을 터준 만큼 새 혁신 기구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 상황이다.

권혁기 당 정무기획실장은 19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혁신 기구 1차 회의가 내일(20일) 이곳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다"라고 밝혔다. 1차 회의에서는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된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 대표의 인사말, 혁신위원 소개 후 비공개 토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권 기획실장에 따르면, 혁신위원 인선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1차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인선이 완료된 이들만 참석할 예정이다.

혁신위가 아직 본격적으로 출범하기도 전이지만, 당내에서는 혁신위 역할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 '기득권 내려놓기'와 '선거 패배 책임자들의 문책'을 촉구했다. 그는 "기득권을 내놓는다는 것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예를 들면 지금의 국회의원, 그다음에 당의 주요 당직자나 당의 지도부를 구성한 분들"이라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이 분들이 우리 당이 어려운 상황, 즉 혁신위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간 책임이 가장 큰 사람들 아니겠느냐"면서 "대선에서 졌고, 지방선거도 패했고, 여러가지 당 안팎의 어려움을 초래한 것에서 국회의원들이 가장 책임이 큰 것 아니겠는가. 당 지도부하고. 그렇다면 혁신은 책임이 큰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이어 "소위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윤리적인 문제 그리고 정치자금과 관련된 불투명하거나 또는 우리가 다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떤 행태 이런 것들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저는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정말 상식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따라 개혁을 하면 된다"고 했다.

홍 의원은 또 "다수를 대표하는 그룹에서 다른 소수의 그룹을 압박하거나 어떤 그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공격하는 행태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저는 이제는 당이 뭔가 화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성 팬덤 문제도 제기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015년 4.29 총선 참패 후 출범한 김상곤 혁신위를 예로 들며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전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상곤 혁신위는 전적으로 혁신위원 구성까지 전권을 받고 괜찮은 혁신안들을 내놨다"며 "어수선하고 분당까지 가는 상황이었지만 민주당이 상황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지율도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혁신위원장이 한 번 내정됐다가 사의를 표명해서 실패했기 때문에 김이 빠진 상태인데다 계파 간 (혁신위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며 "그러면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이런 갈등과 상반된 평가 속에서도 임팩트 있게 혁신을 잘할 수 있다는 신호를 현재까지는 못 주고 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민정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어떻게 하면 민주당이 윤석열식 파괴, (즉)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공정과 상식을 말하지만 공정과 상식에서 멀어지는 것을 어떻게 조치하고 제 방향을 잡도록 할 것인가, 그런 일에 앞장설 수 있도록 민주당이 단합하고 단결해서 강력한 어떤 대정부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을 혁신하는 것에 핵심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은경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선 '지켜봐야 한다' 의견과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홍 의원은 "내용 자체가 그렇게 너무 심각하게 얘기한 것 같지는 않다"며 "꼭 검찰이 조작했다 이런 얘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정황을 보니 이번에 윤관석 의원하고 이성만 의원 기소장 내용이나 공소 내용을 보니 그렇게 지금 검찰이 언론에서 나온 것 외에는 뚜렷하게 실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민병덕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수사 중이고, 검찰에서 제시하는 증거들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라는 취지로 저는 읽힌다"면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조금 과도하고 부실했다라는 측면을 반증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어 "김은경 처장은 제가 정무위를 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분야를 강단 있게 하신 분"이라면서 "혁신위에서는 말 자체로 전권을 가지고 민주당의 이름부터 역할까지 다 혁신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혁신의 내용까지 정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반면 우원식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은경 혁신위원장에게 충언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아직 본격적인 혁신위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섣불리 현안에 대한 개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 "돈봉투 건을 검찰의 부풀리기로만 단정하기에는 국민적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을 향해 "방탄위원장"이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임명 직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진 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며 "민주당 혁신 책임자의 취임 일성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적인 인사라더니 모든 걸 검찰 조작이라 몰며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극단적인 팬덤의 의식세계와 뭐가 다른가"라며 "혁신하겠다면서 천안함 자폭설을 주장하는 사람에 이어 돈 봉투 사건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혁신위원장이 됐으니 민주당은 애초에 혁신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에서조차 면피성 혁신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혁신을 방탄과 동의어로 만드는 민주당 재주가 놀라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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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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