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 공무원 500여 명을 동원하면서,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공권력 간 충돌을 두고, 다중운집 행사에서는 사소한 계기로도 급박한 혼란과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이태원 참사의 아픈 교훈을 잊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 보호해야 할 공권력 간 충돌… 혼란과 갈등 유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 준비 과정에서 주최 측의 무대설치는 도로 불법 점거라며, 이를 저지하려는 대구시 측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대구경찰청은 공무원들에게 "적법한 집회다.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무대 설치 차량의 진입을 위한 길을 터줬다.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등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 (도로점거)을 옹호하고,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 완전한 지방자치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찰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며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시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일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며 "판례를 볼 때 퀴어문화축제가 불법도로 점거, 정당한 행정대집행이란 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매년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퀴어축제가 열릴 때마다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는 버스노선을 조정해 우회하도록 해 왔다.
이곳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지난 2016년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정당, 노동단체, 종교단체 등 단체의 성격과 무관하게 약 20여 회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홍 시장은 "버스노선 우회를 할만큼 공공성이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렵다"며, "우리는 그런 조치할 계획이 없다. 경찰에서 원만한 질서 유지를 잘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라"고 지난 12일 입장을 밝혔다.
시민안전 확보를 마치 '남의 일인 양 언급'한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난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거센 질책과 뼈아픈 교훈을 얻은 경찰에게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르면 경찰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또 경찰법에 의거, 다중운집 행사 관리 의무가 있는 경찰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안전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재난안전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관련된 행위를 할 때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 해야 한다.
대구시공직 내부 관계자는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출근했다. 공무원하면서 경찰과 대치할 일이 생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통해 "공무원 500명을 몸싸움시키려고 주말에 출근시키는 것이 제정신인가"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친 집회를 방해가 시장이 할 일인가. 그러면서 경찰 간부가 문제라는 발언은 정말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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