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 부러웠나? 광화문서 '軍시가행진'…업체에 개발 중 무기+비용 내라?

MBC "국방부, 개발 중인 무기 동원해라"…국방부 "강제성은 없다" 해명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10년 만에 부활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방산업체에 개발 중인 무기를 가져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한 요구를 한 것이 맞다면서도 강제성은 없었다는 답을 내놨다.

15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가 개발 중인 무기들을 국군의날 시가행진과 기념식에서 선보이겠다며 방산 업체 5곳에 공문을 보냈다는 <MBC>의 보도에 대해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에서 행사 준비과정에 필요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 유관기관에 강제성은 없었지만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한 공문을 보낸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업무 추진 간에 소통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유관기관, 단체들과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MBC>는 국방부가 국군의날에 건군 75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광화문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시가행진을 벌일 예정인데, 여기에 개발 중인 무기를 선보이겠다며 방산 업체 5곳에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 지원 요청" 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공문에서 아직 시험 비행 중인 KF-21을 성남공항 기념식장으로 옮겨 10차례 비행 시범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방송은 "아직 실전 배치 전인 소형무장헬기 LAH도 12회 비행 시범을 요구했고, 개발 중인 무인정찰기 UAV는 아예 분해한 뒤 기념식장으로 옮겨 별도 도색까지 해서 전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업체에는 극비리에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 등의 전시를, 또 다른 업체에는 무인수상정 등을 시가행진에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며 "특히 여기 소요되는 최소 20억 원 정도의 비용은 업체가 전액 자체 부담하는 걸로 돼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가 해당 공문의 내용을 인정했음에도 시정이나 철회가 아닌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행사 기획단에서 본래의 취지와 다른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공문을 보낸 것 같은데 그 취지를 조금 더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며 기존 계획을 바꿀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해당 공문에 각 업체에 요청한 지원 범위에 조종사, 유류비, 운송비 등을 포함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전 대변인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분은 별도로 행사 기획단에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공문상에 명시가 돼 있는 사안을 다 지원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강제성 있는 공문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협조 또는 논의들을 통해서 개선해나갈 수 있고 소통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비용을 포함해 지원 요청 부분을 방산업체와 상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으나, 업체가 물건을 팔아야 할 상대가 국가라는 점에서, 국가가 요청한 사항을 쉽게 거절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방위산업의 유일한 고객은 국가인데 고객이 그렇게 요청하면 업체가 이걸 '협조'와 '사실상의 요구' 중 무엇으로 받아들이겠냐는 질문에 그는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현황 또는 여건을 문의하는 거기 때문에 거기에 강제성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 14일 MBC는 국방부가 개발 중인 무기들을 국군의날 시가행진과 기념식에서 선보이겠다며 방산 업체 5곳에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당 공문. ⓒMBC 뉴스테스크 갈무리

군이 개발 중인 무기를 시가행진에 전시하라고 요구한 것과 함께 대규모의 군 시가행진을 벌이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군이 시가행진이나 열병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군은 강릉 미사일 오발 및 서울에 침투한 북한 무인기 미탐지 등 사상 초유의 실수를 연발했다. 그럼에도 국군의날 행사를 대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국민적 성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군을 동원한 이같은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소위 '권위주의' 국가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새로운 무기를 공개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한 열병식을 개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군의 시가행진이나 열병식은 군부정치의 잔재 또는 독재 정권의 권위를 과시하는 행사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전 대변인은 "국군의 날을 맞이하여 국군 창군의 모습, 그동안의 발전된 모습 이런 것들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또 국민들과 함께하는 장을 열어서 국민들께 보다 군을 성원해주시고 또 지지해줄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자 하는 차원"이라며 "열병식이다, 어느 나라에서 한다, 안 한다 이걸 비교해야 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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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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