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일본 핵 퇴출" 자민당에 맞선 일본 내 '녹색' 대항세력

[녹색 시대가 온다] ③ 케이코 오가타 일본 녹색당 공동대표 인터뷰

2023년 6월 8일, 전 세계 녹색 정치 활동가들이 모이는 글로벌그린즈(세계녹색당) 제5차 총회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다. 각 대륙의 녹색당 전·현직 의원들과 청년 녹색 정치인들 약 450명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세계녹색당과 <프레시안>은 글로벌그린즈 총회에 참석하는 각 국가 별 녹색당의 역사, 현황, 주요 정책, 주요 정치인 및 활동가 등을 소개하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한국 독자들께 전한다. 환경, 민주주의, 평화, 다양성 등 '녹색 가치'에 동의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올해 4월 일본은 4년에 한 번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치렀다. 9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별로 기초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였다. 선거 전 일본 녹색당은 녹색당 소속 후보를 비롯해 선거 연합을 이룬 타 정당 소속 후보, 그리고 무소속 출신이지만 일본 녹색당의 추천 및 지지가 승인된 후보까지 총 89명의 공인 및 추천·지지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선거 결과 59명이 당선되었고, 이 중 녹색당 후보로 2명의 구의원이 당선됐다. 도쿄도 스기나미구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된 브란샤 아스카(ブランシャー明日香)는 초선, 니가타시 니시구의 히토시 나카야마(Hitoshi Nakayama) 의원은 재선이다.

▲도쿄도 스기나미구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된 브란샤 아스카(ブランシャー明日香) ⓒ브란샤 아스카 의원 홈페이지

현재 일본 녹색당 출신의 중·참의원(하원·상원)은 한 명도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다르다. 현재 일본 녹색당은 1명의 도도부현(都道府県) 의회의원(도쿄도)과 이번 4월에 뽑힌 2명을 포함해 전체 5명의 시구정촌(市区町村) 의회의원(니가타시, 시즈오카시, 다카사카시, 도쿄도 스기나미구, 니가타시 니시구)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일본녹색당 지방의원 현황에 따르면 일본 전역엔 녹색당의 추천 및 지지를 받고 당선된 70여 명의 지방의원들이 있다. 지역의회에서 녹색정치를 실현하는 녹색당 소속 정치인뿐만 아니라, 탈핵·재생에너지 법안과 같은 중요한 정책협력을 실행할 수 있는 서포터 정치인들도 일본 녹색당이 가진 자산이다.

▲니가타시 니시구의 히토시 나카야마(Hitoshi Nakayama) 당선자 ⓒ히토시 나카야마 의원 홈페이

정책 및 선거 연합 통해 '녹색 정치인' 후원하는 일본 녹색당

다가오는 6월 8일,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녹색당 총회에 참가하는 100여 개 국가의 녹색당 중에는 일본 녹색당(緑の党グリーンズジャパン, Greens Japan)도 있다. 일본 녹색당은 2012년 7월 원자력, 삼림 벌채, 수질 오염, 생물 다양성, 민주주의, 성평등, 비폭력을 포함한 모든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도쿄 YMCA 아시아 청소년 센터에서 300여 명이 모여 창당했다. 약 860명의 당원을 보유한 작은 규모이지만, 지난 10년간 다양한 방식의 선거 정치와 녹색 정치 운동을 통해 녹색의 가치에 함께 하는 정치인들을 후원하고 배출해 오고 있다.

일본녹색당의 선거연합 과정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2012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일본 녹색당은 선거 공탁금 부족으로 후보자를 등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녹색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총 10명의 후보(지역구 1명, 비례 9명)를 배출했다. 결과는 정당 득표수 457.862(0.86%). 이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는 전원이 낙선했지만, 녹색당이 지지를 표명한 도쿄도 선거구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녹색당이 지지를 표명한 17명의 후보 중 12명이 당선되었고,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37명의 추천 후보 중 12명을 당선시켰다.

2021년 8월과 2022년 7월 각각 중의원 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녹색당은 사민당, 신사회당 등과 같은 개혁 정당들과 함께 정책 연합을 맺고 후보자 추천에 함께했다. 그 결과 녹색당이 추천하고 지지한 후보 중 중의원 24명, 참의원 14명이 당선됐다.(출처: 일본 녹색당이 지지하는 중·참의원 현황)

2021년 7월 도쿄도 의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칸도 아키코(Kando Akiko) 의원은 일본 녹색당의 유일한 도의원이다. 일본 녹색당의 운영위원이자, 도쿄 녹색당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17년 낙선 이후 출마한 2021년 선거에서 칸도 의원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녹색당뿐만 아니라 입헌민주당, 일본 공산당, 사회민주당, 도쿄·생활자 네트워크, 신사회당 등 타 정당의 선거 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칸도 의원은 선거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됐다.

▲오랫동안 녹색 운동에 앞장선 칸도 아키코 의원. 2021년 도쿄도 의회의원 선거에서 고가네이(Koganei)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칸도 아키코 의원 홈페이지

칸도 의원은 1980년 초반 중증장애인 자립을 위한 활동에서부터, 여성·교육·평화·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외 활동을 활발히 시작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 이후 일본의 방사능 문제에 뛰어든 칸도 의원은 고가네이(Koganei)시에 식품의 방사능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운동을 벌였고, 이후에도 시민참여, 정보공개, 지방정치인들의 의정 감시 및 특권 없애기 캠페인에 앞장섰다. 2012년 일본 녹색당 창당에도 함께 했다.

고가네이시 선거구에서는 칸도 의원의 당선으로 28년 만에 여성 의원이 나왔는데, 여성의 정치 참여 보장은 일본 녹색당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일본 녹색당은 공동대표·운영위원 등의 임원을 지역, 성, 활동 의제, 세대의 균형을 맞춰 선출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을 절반 이상으로 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성평등을 포함해 일본 녹색당이 내걸고 있는 정책은 다음과 같다.

1. 기후변화, 핵발전이 없는 미래를 위해, 에너지 절약·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핵발전소의 즉각 폐쇄와 탈탄소를 실현한다.

2. 지속 가능한 자연환경과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실현한다.

3. 경제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생명과 자연, 생활과 노동을 중시하는 선순환 경제를 실현한다.

4. 공정한 부담을 통해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한다.

5. 성차별과 성적 억압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실현한다.

6. 우리 아이들이 깨끗하고 평등한 사회에서 숨 쉬고 살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한다.

7. 기본 인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한다.

8. 당사자 주권에 기초한 숙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한다.

9. 전쟁이나 폭력, 차별이 없는 평화로운 국제사회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내 꿈은 일본 핵 퇴출" 자민당에 맞선 일본 내 '녹색' 대항세력

제5회 글로벌그린즈 총회가 열리는 첫날 6월 8일 목요일 오전에는 제4회 아시아·태평양 녹색당 연합 총회도 함께 열린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현재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수 결정에 아·태 녹색당 연합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슈가 시급하다. 이번 총회에 일본 녹색당의 공동대표이자 국제위원회 의장인 케이코 오가타(Keiko Ogata)를 비롯해 일본 녹색당 지역 정치인과 당원들이 참가하는 것은 그래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케이코 대표는 올해 2월에 열린 아이치(Aichi)현 지사 선거에 출마해 6명의 후보자중 2위(11.68%)를 기록했다. 자민당 히데아키 오오무라(Hideaki Omura)가 4선으로 지사직에 당선(67.53%)됐지만, 케이코 대표의 선전은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이후에도 핵발전을 고수하고, 방사능 오염 및 피해 정도를 감추고 있는 자민당에 대한 '대항세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케이코 대표는 녹색당 후보이자 일본 공산당, 신사회당은 물론이고 무소속 진보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고 야당의 공동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히데아키 지사의 도쿄와 아이치현을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에 반대하며 "기후위기 스톱, 안심할 수 있는 생활, 젠더 평등"을 대표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선거 후 일본 녹색당은 "아이치현 지사 선거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연대한 최초의 선거였으며, 케이코를 야당후보로 결정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녹색의 가치를 동의하는 여러 단체의 소원과 요구를 교류하는 귀중한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2023년 2월 아이치현 지사 선거에 낙선하고 난 뒤, 낙선인사를 하는 케이코 일본녹색당 공동대표 및 국제위원회 의장. ⓒ케이코 오카타 대표 트위터

케이코 대표는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아이치현에서 만들어진 '녹색 시민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히데야키 지사에 대한 의정감시 활동 및 기후위기를 막고 안전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녹색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6월 8일 세계녹색당 총회에 참석하는 케이코 일본 녹색당 공동대표를 서면을 통해 미리 만나보았다.

필자 : 녹색당에 언제 가입하셨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케이코 : 2011년 후쿠시마 재해 직후 녹색당의 전신 조직인 녹색당에 가입했고, 2012년에는 일본 녹색당의 창립자 중 한 명으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저는 제 남은 인생을 핵발전을 종식시키는 데 사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에 특화된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필자 : 일본 내에서 일본 녹색당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케이코 : 일본 녹색당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탈핵입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60년 이상 된 노후 원자로까지 허용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정책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건 정부의 ‘그린워싱’ 전략입니다.

필자 : 현재 케이코 님이 살고 있는 아이치현의 녹색당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 이슈는 무엇인가요?

케이코 : 저는 아이치현 나고야(Nagoya)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치현은 일본 최대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본 내 1위인 지역입니다. 저는 산업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아이치현에서부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 : 일상생활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녹색당의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케이코 : 저는 녹색당 당원이 되기 전에는 정크푸드와 기름진 고기를 많이 먹고,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녹색당에서 유기농 농식품, 건강한 식단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장려하는 부분이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필자 : 글로벌그린즈(Global Greens)와 아시아·태평양 녹색당연합(APGF)이 협력해야 할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케이코 : 기후변화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 중단뿐만 아니라 핵 발전의 단계적 중단 등과 같은 광범위한 이슈도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글로벌그린즈와 아시아·태평양 녹색당 연합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글로벌그린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탈원전에 그다지 열의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필자 : 일본 녹색당원으로서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케이코 : 녹색당에서 중의원과 참의원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의회에서 다른 진보 정당들과 함께 내각을 구성하여, 일본에서 핵발전을 영원히 퇴출하는 '탈핵법'을 실현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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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어진

한국과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사회 부문 기고, 번역, 리서치, 팟캐스트 제작, 라디오 방송 리포팅을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키워드로 독일에 사는 한국 녹색당원들과 만든 <움벨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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